*WP지 죽은작가의 사회 보도/러 중진시인 쉔탈린스키가 주도/1
천5백명 대상 일부는 불역 공개도 스탈린시대에 숙청당한 러시아 작
가들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악명높았던 구 KGB의 문서보관소에
보관중인 반동 작가 들의 압수된 일기와 원고, 진술서등이 속속 발굴
되고 있다. 이 발굴 작업의 실무자는 러시아의 중진 시인 비탈리 쉔
탈린스키. 워싱턴 포스트지는 최근 죽은 작가의 사회, KGB 시체공
치소에서 찾아낸 원고들 이라는 제목으로 쉔탈린스키가 현러시아 정부의
공인하에 크렘린 옆의 구 KGB 본부에서 수많은 미발표문서들을 정리했
다고 전했다. 그 원고중 일부는 지난해말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스탈
린은 직접 유명작가들의 소설원고를 읽고 빨간색이나 녹색 연필로 밑줄을
치면서 내용 수정을 지휘했다고 한다. 약 2천명의 작가들이 체포됐고
, 그중 1천5백명이 처형되거나 강제 수용소에서 추위와 굶주림 끝에
서서히 죽어갔다. 공포정치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30년대말 수많은
작가들이 체포되면서 그들의 미완성 원고와 편지, 노트등도 함께 사라졌
다. 소련 비밀경찰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
트가 진행된 89년이후에야 그 사라진 원고들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나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
게 나의 모든 것이다." 국내에도 번역된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따
의 작가 미하일 불가고프가 20년대말에 남긴 일기의 일부분이다. 그러
나 비밀경찰은 작가도 모르는 사이에 일기를 모두 복사해놓음으로써 자칫
하면 영원히 사라졌을지도 모를 문학사적 자료 를 보존했다는 공로(?
)를 인정받게 됐다. "나의 진술서는 억울하게 체포된 상태에서 협박
을 받아 작성된 허위서류다." 안톤 체호프이후 가장 뛰어난 러시아의
단편 작가로 불렸던 이사크 바벨이 처형되기 하루전날 작성한 최후진술
서다. 바벨의 죄목은 프랑스의 작가 앙드레 말로에게 국가기밀을 누설했
다는 것. 쉔탈린스키가 찾아낸 원고들 중에는 시베리아에서 처형당한
시인 크뤼예프의 작품,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미완성 소설들이 들어있다
. 그러나 체포된 작가들의 미발표 문서들을 전부 공개하는 데는 또다른
문제가 있다. 쉔탈린스키의 고민은 정치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
작가의 부인은 죽은 남편의 편지들을 되찾아 공개하기를 원하지만, 그중
에는 부인 몰래 애인에게 보낸 편지도 있다. 부인은 오늘날까지 아무것
도 모른 채 남편을 성인처럼 받들면서 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 과연 그 작가의 편지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박해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