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7시30분, 삼청동 남북대화사무국 회의장. 통일안보정책
조정회의 라는 색다른 이름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고위관리들이 모여들
었다. 참석자들은 이영덕부총리겸 통일원장관,한승주외무장관,이병태국방장
관,김덕안기부장과 청와대의 박관용비서실장및 정종욱외교안보수석등 6명.
이들은 공식회의에 들어가기전 가볍게 환담을 나누었다. "(최근의 언
론보도를 보면)꿈보다 해몽이 좋더라"(이부총리). "과거에는 신문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최근엔 재미가 없더라"(이국방). "회의 명칭이 바
뀌었으니 앞으론 나아지지 않겠느냐"(한외무). 요는 언론에 대한 간접
적인 불만과 함께 이날 처음 열린 이 조정회의에 대한 기대였다. 언
론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므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날 회의의 개막을 지켜보면서 한가지 의문이 언뜻 떠올랐다.
그것은 회의명칭이 바뀌었다해서 앞으로 잡음없이 정책조정이 원만히 되
겠느냐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외교 안보 통일문제를 다루기위해 구성해
놓은 회의체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를 비롯,고위전략회의(
총리주재),통일관계장관회의및 통일관계장관회의 전략회의(통일부총리주재)
,전략단회의(통일원차관주재)등 부지기수다. 명칭도 유사하고 참가멤버도
비슷한 그런그런 회의체가 이미 구성가동중인것이다. 여기에 이날부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라는 새로운 회의체가 가미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정부가 이처럼 새로운 명칭을 내걸고 통일안보 분야에 대한
회의를 하겠다는 배경은 이해가 간다. 홍순영외무차관,황병태 주중대사
등의 돌출발언 으로 인한 파장을 빨리 수습하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제는 조화된 정책 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받아들일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의 대처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새정부 출범후 얼마안된 93년 3월10일. 당시 정부는 통일관
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산하에 통일관계장관 전략회의 를 두기로 결정했
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 전략회의에는 통일관계장관회의 멤버중 통일원장
관 외무장관 안기부장 청와대비서실장 등 4명을 주축으로 하되 사안에
따라 관계장관이 참석토록 돼있었다. 이는 통일관계장관 회의가 10여개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데 따른 효율성의 저하를 방지한다는게 명분이었다.
그러나 그후 벌어진 불협화음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정
부가 심기일전을 위해 회의명칭을 바꾸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지금까지
회의체가 없어 문제가 야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론
더이상 새로운 명칭의 회의체가 없기를 기대해본다. 안희창.북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