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항쟁 소재 영화로 90년 데뷔/"예술-대중성 겸비한 작품 추구"
올해 대종상영화제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신인감독의 영화가 최우수작
품상등 6개부문을 휩쓸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두 여자
이야기 (고려영화사 제작)로 영예를 안은 이정국감독(37)이 그 주
인공. "어느 정도 흡족한 작품이어서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갈채를 받으니 제 자신도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감독은 광주민
주항쟁을 소재로한 최초의 35㎜영화인 부활의 노래 (90년작)로 데
뷔한 감독이다. 그러나 충무로의 인력과 자본으로 만든 영화는 두 여
자 가 처음이다. " 부활 은 당국으로부터는 검열의 가위질을 당
했고, 관객이나 평론가들의 반응도 냉담했어요. 저에게 뼈아픈 소외감만
남겼죠. 이제 인정을 받고 보니 그동안 맺혔던 한을 푼 기분이에요.
" 두 여자 이야기 는 전쟁 직후부터 70년대까지의 전라도 농촌이
배경. 아이를 못낳는 한 여인(김서라)과,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이 여인의 집에 후처로 들어온 또다른 여인(윤유선)이 한 남자를 둘러
싸고 벌이는 갈등과 사랑과 화해의 드라마다. 구성진 남도 사투리와 민
요, 걸찍한 욕들이 넘치며, 영상미학적으로도 롱 테이크(장시간 촬영)
기법을 많이 활용해 은근한 감정의 흐름을 서정적으로 표출한다. 한국적
한의 정서를 깔고 있으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어 따뜻
한 웃음을 짓게 한다."평생을 고생하시다 가슴깊이 아픔을 묻고 돌아가
신 제 어머님 생각이 나서 이 작품을 만들 결심을 했습니다. 아들 세
대가 만든 한국 어머니들의 찬가인 셈입니다." 이감독은 두 여자
의 배경인 전남 보성 출신. 87년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그는 조감독생활 등의 도제식 수업을 쌓지 않은 대신 80년대초부터 1
6㎜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 촬영 편집까지 해가며 기량을 닦아왔다. 8
4년엔 코미디 백일몽 이 대한민국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것을
비롯, 85년엔 역시 코미디인 한여름 낮의 꿈 이 청소년영화제등에
서 잇따라 수상했다. 그는 부활의 노래 로 충무로 영화계에 입성하고
싶었지만 운동권 감독 이라는 시선이 그를 불편하게 했다. "생각끝
에 섹스 스릴러 장르의 시나리오 하나를 만들어 영화사들을 닥치는대로
찾아 다녔죠. 충무로라는 한국영화의 근본적 시스템을 알아야 변혁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몸으로 부딪쳤습니다." 그의 노력은 결국 변강쇠
등 에로영화의 메이커였던 영화사로 하여금 두 여자 이야기 를 제작
하게 만들었다. 광주 를 스크린에 담았던 감독의 여인 이야기 는
큰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부활 이나 두 여자 나 모두
내 고향과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가지"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너무 실험적인 영화보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영화를 만
들고 싶다"고 말했다. 첫 저서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론 을 곧 출간하
는 이론가이기도 한 그는 영화에 빠져있느라 결혼할 새가 없어 아직
노총각이다. 김명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