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염소가 시냇물을 마시고 있었다. 이것을 본 늑대가 어떻게든 그
염소를 잡아먹는 구실을 찾아내려 했다. 그래서 염소에게 네가 마시는
바람에 물이 탁해져 내가 못마시게 되었다고 트집을 부렸다. 염소는
대답하기를 "당신은 위쪽에 있으며 나는 이렇게 밑에서 물을 마시고
있으니까 나 때문에 물이 탁해질 턱이 없다. 또 당신이 보다시피 나는
입만 살짝 물에 대고 마시고 있지 않느냐." 그러자 늑대는 다시 트
집을 하기를 "하나, 네가 작년에 물을 더럽힌게 틀림이 없다." 염소
는 항의를 했다. "작년에는 나는 태어나지도 않고 있었답니다." 말
문이 막힌 늑대가 잠시 주춤하더니 "네가 아니었다 해도 네 아비 짓이
었을게다. 네가 뭐라고 발뺌한들 소용없다. 이미 나는 너를 잡아먹기로
작정했으니까." 이솝에 나오는 얘기다. 최근에 경찰주택 문제가
터져 나오자 내무부는 즉각 경찰서장을 직위해제했다. 그는 이솝의 양
만큼이나 억울하다. 왜냐하면 그는 경찰주택 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그는 완전한 희생양일 뿐이다. 정말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은 그보다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다. 하나, 늑대처럼 따지고 들자면
그의 죄 는 막중하다. 장관의 행차가 있었을때 그는 이에 미리 대
비를 했어야 했다. 그리하여 굳게 잠긴 대문도 미리 열어 놓고 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정복을 입은 경관들이 장관의 재촉아래 어엿한 남의
집 담을 대낮에 뛰어넘지 않게 할수도 있었다. 그랬더라면 불법 가
택 침입의 현장을 마치 장관이 진두에서 지휘하는듯한 볼썽사나운 꼴을
시민들 앞에 보여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보다 더 괘씸한 죄가 또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