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 갈등배제 탁월한 재미제공/변호사-의사 경력 문명-정치 예
리한 비판/크라이튼 최신작들 백인우월주의 대변 문제의식 한계노출
M.크라이튼 주요작품 .폭로 .쥬라기 공원 .떠오르는 태양 J
.그리샴 주요작품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펠리칸 브리프
.의뢰인 지금 전세계사람들은 마이클 크라이튼과 존 그리샴이 만들어
놓은 장치속에서 놀고 있다 . 90년대 이후 세계 책시장을 휩쓸고 있
는 이 두명의 초베스트셀러 작가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확보했
다. 영원한 제국 의 신예작가 이인화씨도 이들의 독자다. 번역되자마
자 구해 읽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크라이튼의
최신작 폭로 까지 원서로 구해 읽을 정도다. 다만 그들의 손아귀에
잡혀 정신 못차리고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종 냉정하고 비판적인 태
도를 유지하는 것이 보통독자와 다른 점. 이씨에게 그들의 작품 분석을
요청했다. 편집자주 존 그리샴과 마이클 크라이튼은 90년대 미국
을 대표하는 대중소설 작가들이다. 남부 미시시피 출신으로 멤피스에서
일하던 전직 변호사 존 그리샴과 북부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 의대를
나온 전직 의사 마이클 크라이튼의 경력은 그 자체로 미국 대중소설의
새로운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소설에는일과사랑, 상처
와 복수 같은 미국 페이퍼백 소설의 상투적인 갈등 구조가 없다. 이들
은 모두 자신의 경력과 식견을 바탕으로 고도로 전문화된 교양 을 제
공한다. 동시에 이들은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소설의 이야기 구조속에,
시드니 셀던이나 다니엘 스틸 같은 작가들이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문
명비판적이고 정치적인 주체 를 다루고 있다. 이같은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예로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 공원 을 들 수 있다. 이 소설
은 현대의 유전자공학이 호박속에 박힌 중생대 곤충의 내장에서 그 곤충
이 빨아먹은 극미량의 공룡 혈액을 추출하고, 다시 그 적혈구 세포의
DNA 염기배열을 분석하여 살아있는 공룡들을 복제해내면서 시작된다.
이토록 훌륭한 첨단과학은 생태계에 대한 외경심을 상실하고 상업주의와
결탁하면서 엄청난 재난을 야기한다. 존 그리샴의 최신작 의뢰인
역시 우연히 마피아의 비밀을 알게 된 11살짜리 소년이 수사당국에 증
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망설이는 가운데 발생하는 복잡한 형사소송법
상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증언을 하면 목숨이 위태롭고 증언을 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되는 상황에 놓인 소년의 고통은 우리에게 도대체 법이
란 무엇이며 법의 집행이 강요할 수 있는 개인의 희생이 어디까지인가를
질문한다. 순수하게 문학성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이 한
시대가 가진 상식에 대한 비판, 교양에 대한 투쟁이기를 원한다. 말하
자면 인생과 세계에 대한 상투적인 생각들을 전복 시키고 새로운 의미
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존 그리샴이나 마이클 크라
이튼은 아주 전형적인 서스펜스 소설을 쓰는 대중소설 작가이다. 이렇게
대중성을 추구하는 작가들은 자기 시대의 건강한 상식들을 옹호하고 상
식이 통하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며, 자기 시대가 가진 교양에 새로운
교양을 첨가 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존
그리샴은 긍정적인 의미의 대중소설 작가이며, 마이클 크라이튼은 상당
히 부정적인 의미의 대중소설 작가라 할 수 있다.마이클 크라이튼이
쥬라기 공원 에서 날카로운 문명비판을 펼쳐보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소
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 생생한 사회적 역학관계들로부터
자유로운 공룡이었던 까닭이다. 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사건을 다룰
때 마이클 크라이튼은 자기 시대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결여하고
조야한 선정주의로 빠져든다. 그의 최신작 떠오르는 태양 과 폭로
가 노정하는 한계가 그것이다. 떠오르는 태양 은 미국, 일본간의 무
역불균형이 야기하는 여러가지 갈등을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주인공 존 코너의 입을 통해 일본의 기업합병과 기술
도용을 끊임없이 비판한다. 미국과 일본을 보는 이같은 이분법적 단순
화는 그의 최신작 폭로 에서 성실하고 고지식한 남자 부장과 교활하고
야심만만한 여자 부사장으로 환치된다. 아내가 무서워 대신 아이의 밥
을 먹여주다가 회사에 늦는 도입부부터, 자신이 승진할 줄 알았던 부사
장직에 10년전의 연인이었던 멜리디 존슨이 임명되었음을 깨닫는 대목,
그리고 여자인 멜리디로부터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고 오히려 자신이 가
해자로 고소되는 대목들은 폭로 에 일관된 분위기를 형성해준다. 그것
은 주인공 톰 샌더스의 입장을 통해 묘사되는 백인 남성들의 절대적인
피해의식이다. 이제까지 미국사회를 지배해왔던 앵글로 색슨계 백인 남성
들이 흑인들, 아시아인들, 히스패닉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꺽달진 여자
들에게 자기의 자리를 내주고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최근작들은 이처
럼 미국우월주의, 남성우월주의 같은 공식적으로 발언되지 못하는 보수적
인 중산층들의 심정을 대변함으로써 그 불합리한 대중심리에 편승한 작품
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에 비해 법률사무소 펠리칸
브리프 의뢰인 을 내놓은 존 그리샴은 다양한 사회적 갈등에 대해
우직하리만큼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의 소설에는 언제나 보
통사람을 보호해야 할 법이 돈과 권력을 위해 교묘히 악용되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소설은 아무런 힘이 없는 풋
내기 변호사, 여대생, 소년과 가난한 과부가 인간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법의 변호에 의해 그 모든 현실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 권의 평범한 소설이 삶에 대한 희망과 보통사람이 갖는 건강한 상식
에 대한 신뢰를 주고 있는 보기 드문 예가 될 것이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