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10시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에서는 남북 특사교
환을 위한 남북한 실무접촉이 열렸다. 이날 북한측은 3일과 9일에 비
해 다소 누그러지긴 했으나, 특사교환에는 여전히 합의를 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그렇게도 바라마지 않는 미국과의 3단계 고위회담도 개
시 예정일인 21일을 넘기는 게 불가피해졌다. 남북한이 특사교환 문
제로 입씨름한 이날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 세
계를 경악시킨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작년 3월12일, 갓 출범한
김영삼정부의 새 외교-안보 진영이 미처 채비도 갖추기 전에 터져나온
이 NPT 탈퇴선언은, 처음에는 우리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을 시
험대 위로 올려놓았다. 세계와 우리 국민은 북측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가슴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1년이었다. 그 1년은 또 아이러
니 (irony)의 시간이었다. 1년 후인 지금, 우리 정부가 절체
절명의 과제 로 실현하자고 북측에 요구하고 있는 남북 특사교환 은
원래 북한측 요구였다. 작년 5월, 우리가 핵통제공동위원회를 가지면서
남북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의해 온 데 대한 역습이 바로 특사교환이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처음 입장은 수용하기 힘들다 는 쪽이었
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이제는 우리 정부의 요구로 변해, 절체절명
의 과제 로까지 발전한 셈이다.이런 아이러니들은 무수히 많다. NP
T회원국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원국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북한의
지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달 한달동안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
보리 회부 불가피 라는 상황론을 바탕에 깔고 만연됐던 한반도 위기설
도 사실, 북한이 고집하는 이 특수지위 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
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조기에 끝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다. 이 핵 공방의 끝맺음은 결국 북한이 마음을 바꿔먹
거나, 북한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일지 않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진행을 따라간다면, 해결의 칼자루도 문제를 일으킨 북한이
쥐고있는 것이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최근 김일성은 자신의 아들
김정일을 가리켜 "이렇게 신념이 강하고 배짱이 센 사람은 처음 보았다
"고 치하했다고 한다. 김일성이 그렇게 추켜세운 김정일은 바로 작년
3월 전군에 비상동원령을 발동하고 NPT 탈퇴를 감행했던 배짱 센
사람이다. 우리는 어떨까? 언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게 슬금슬금
다가가 북한의 주장마저 이제는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궁색한 처지
는 아닐까? 북한 핵전략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때다. 박두식
.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