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 다음가는 자동차 수출국 아닙니까?" 9일 끝난 한-
미통상 회의장에서 나온 미국 대표의 감정 섞인 질문이다. 미국의
요구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이었다. 우리의 자동차 수입 관세율은 물론,
자동차 취득세등 각종 내국세 적용기준으로 삼고있는 배기량 2천㏄ 규모
의 변경, 자동차 광고문제등 거의 모든 사안이 문제로 느껴진 듯했다.
이들을 상대했던 정의용외무부 통상국장은 "무척 힘들었던 회담"이라는
말로 그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 테이블에 놓인 각종 수치들은 정국
장을 비롯한 우리 회담 대표들을 수세로 몰아넣었다고 한다. 작년 한해
우리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약 2백5만대 가량. 전년대비 18.5%
성장한 것이다. 이중 약 63만9천여대를 해외에 수출했고, 미국시장
에도 11만2천여대가 팔렸다. 우리의 자동차 수입량은 모두 합쳐 1천
8백40대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석권했던 일본차. 거리에서 우리 눈에
종종 띄는 일본차도 공식적으로는 단 한대도 수입되지 않은 걸로 돼있
다.각종 통상협상이나 주한외국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종종 "서울은
외제차를 찾아보기 힘든 유일한 국제도시"라는 말이 화제가 되곤 한다.
미국 수석대표인 피터 콜린스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보는 "자
동차는 그 나라의 경제개방 정도에 관한 인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
는 품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미국
대표들이 우리의 TV광고 문제를 들고 나왔을 때는 그냥 듣고만 있
었다 고 한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가 방송사와 광고주들 가운데 서서
광고를 일괄처리하는 우리 실정을 빗대, 그들은 돈이 있어도 광고를
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불평했다. "이러고도 규제 완화고 개방화냐"
는 볼멘 소리였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잘못보다는 한-미 자동차거래에
나타난 불균형만 툭 불거져보이는 모양이었다. 연간 2백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일본. 그들의 미국자동차 수입 대수는 불
과 1만여대 안팎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 일본도 이제는 시장개방
이라는 대세를 완벽히 거스르기는 어렵게 됐다. 작년말 정부가 제2의
개국 이라는 엄청난 수사를 붙여 국제화 를 선언했지만, 그 과정에
서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까지 신중한 고민이 있었던 것일까? 지금
우리는 한때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 3~4%를 자랑했던 우리의 수출실
적이 1%안팎으로 떨어진 상태다. 최소비용의 국제화 를 어떻게 실
현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박두식.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