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줄루족,부인 영국인/흑인소비자-백인사업가 연결 동업 남아프리
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사는 음카시베 부부는 이 나라의 전체 가정중
0.1%에도 못미치는 흑백부부 다. 남편 조지 음카시베(46)는 남
아공 흑인 중 최대 종족인 줄루족 출신의 흑인. 부인 질 스테이시 음
카시베(34)는 영국출신의 백인으로 이들 부부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갈색 피부에 고수머리, 날씬한 코를 가진 10개월짜리 딸 카이트린을
두고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라고 불렸던,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악명높은 인종차별정책이 91년 끝나고 흑백간의 새로운 공존을 모
색하고 있는 남아공에서는 아직도 이런 가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 "
3년전 인구등록법, 토지소유제한법, 주거제한법, 교육차별법 등 인종차
별법들이 폐지됐지만 백인과 흑인은 여전히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는 실
정입니다. 흑백이 결혼한 가정은 남편이나 부인이 흑인이라는 사실이 공
공연하게 드러내기를 두려워해요.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합니다. 특히 백
인들로부터 배척당하기 때문이지요." 음카시베 부부는 이 점이 사업을
하거나 사람들을 사귀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의 직업은
블랙마켓 전문가 . 암시장 전문가란 뜻이 아니다. 0.1%에 불
과 전체인구의 70%가 넘는 흑인시장과 백인사업가들을 연결해주는 일
종의 자문업이다. 두사람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얼터너티브 컨설턴트 (
The Alternative Consul-tant C.C)는 네슬레,
리브 브러더스, 바이엘 등 세계 유수의 대기업 20여개사와 1천여명
의 흑인 소규모 자영업자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흑인의 말을 귀
담아 듣지않는 백인사업가에게는 백인인 부인이, 흑인들에게는 남편이 설
득을 벌인다. 흑인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백인사업가
들이 효율적인 판매전략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고 흑인 소규모 자영업자
-흑인실업자들에게 합리적 경영기술과 직업교육을 하는 것이 이들의 기본
업무. 직업적으로나 가정적으로 흑-백을 잇는 가교 역할 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두사람은 88년 코카콜라사에서 함께 일하던 중
가까워졌다. 조지는 트럭기사로 입사한 후 뛰어난 세일즈 능력을 인정
받아 시장개발 매니저로 승진했다. 백인들이 아무도 접근하지 않던 요하
네스버그 남동부 흑인지역인 소웨토의 시장개척을 맡게된 조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당시 자료연구원으로 있던 질이다. 대학시절 반
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던 질은 졸업 후 인종차별의
실상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82년 남아공을 찾았다. 6개월 예정이었던
이 여정은 흑인들의 공동체 문화가 너무 좋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미행이 늘 뒤따랐지만 틈만나면 소웨토로 놀러갔어요.
당시 소웨토는 자유를 외치는 흑인들과 무자비한 진압을 일삼는 백인
경찰과의 긴장으로 늘 폭발직전 상태였고 때로는 유혈사태도 있었지요.
그러나 작은 것이라도 나누어 갖는 흑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어 전혀
두렵지 않았어요."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모두 하나 라는 뜻의
줄루어 우분투 란 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질은 말했다. 88년
11월 조지의 도움을 받아 얼터너티브 컨설턴트 를 차린 것도 실업률
이 60%에 이르는 등 생활환경과 경제 자립도가 낮은 흑인들을 돕겠다
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반인종차별 한마음 이들은 92년 소웨토
에서 흑인 하객 3천명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10년 전만 해도 결혼은 커녕 공공연하게 만날 수 조차 없었습니다.
남아공 정부는 백인문화-인종을 보호한다며 흑백간의 결혼은 물론이고
성관계를 갖는 것도 법률로 금지했으니까요." 질의 말대로 남아공에는
타인종과의 혼인금지법(49년제정), 성관계금지법(57년 제정)이 85
년까지 위력을 발휘했다. 경찰은 망원경과 카메라, 녹음기를 들고 다니
며 흑백남녀의 데이트 현장을 추적했고 나무 위에 올라가 침실 창문을
엿보기까지 했다. 이같은 흑백의 만남은 부도덕 행위 로 여겨졌다.
결혼 후 1년 넘도록 소웨토에서 살던 이들은 지난해 4월 첫딸 카이
트린을 낳으면서 요하네스버그의 중산층 백인지역 제라드가로 이사했고 카
이트린을 돌봐주기 위해 영국에서 질의 부모가 와서 살림을 합쳤다.두사
람은 매일 아침 8시 반이면 집에 딸린 10평가량의 사무실로 함께
출근 한다. 질은 1주일에 1, 2번씩 소웨토에 가서 흑인들을 인터뷰
한다. 물건을 팔기 위한 세일즈기법과 가게 깨끗이 하기, 부기 쓰는
법 등 흑인대상의 각종 교육은 조지의 몫이다. 그는 직원 4명과 함께
작은 승합차를 몰고 흑인가게에서 주문한 물건들을 배달해 주기도 한다
. 1주일에 몇번씩 저녁 9시까지 일을 해야 할 정도로 바쁘지만 주말
에는 집안일을 나누어 하며 가능한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딸에게는 영어와 줄루어를 함께 가르칠 계획입니다." 음카시베 부부
는 "남아공은 백인과 흑인, 혼혈, 아시아인들이 뒤엉켜 사는 복합인종
사회인만큼 앞으로 함께 사는 방법을 배워야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요하네스버그=이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