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식장에서 주례선생님은 신랑신부에게 언제나 두 사람은 서로
존댓말을 써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었다. 특히 남편이 아내에게 꼭 높임
말을 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학자인 이분은 말씀 잘 하기로 소
문난 분인데 주례사로서 존대어 운운은 너무 평범한 내용이다 싶어 실망
까지 했었다. 그러나 곰곰히 돌이켜보니 부부가 함께 행복을 가꿔가는
방법으로 이보다 나을 게 없으리라는 생각이 몽글거렸다. 언젠가 나는
길거리에서 조금은 낯익은 젊은이에게 반말을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입장으로서, 아마도 오래전 졸업한 제자쯤 되겠거니
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실수였다. 엉뚱하게도 다른 인연으로 알게 된
사람임이 밝혀졌을 때 계면쩍기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애매한 상황에
서는 존대어로 일관했어야 좋았으리라고 때늦은 후회가 가슴을 쳤다.
선후배간에 반말시비로 발단이 되어 살인까지 저질러진 예를 우리는 허다
히 목도한다. 몇살 차이 아닌 터에 후배에게 하댓말했다가 되돌아오는
후배의 건방진 대거리를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해야 한다. 가는 방망이에
오는 홍두깨라 했던가. 언어에는 혼이 담겨있다는 주장은 잠시 미루더
라도, 인격과 교양과 예절이 거기에 배어있어 도무지 함부로 지껄일 일
이 아니라는 생각이 안개처럼 피어난다. 글머리에 소개한 그 주례선생
님 댁을 몇이서 방문한 일이 있었다. "손님이 오셨으니 차 좀 준비해
내오시지요"라고 부인에게 이르니, "예, 그리하겠습니다"라고 부인은
공손히 대답한다. 제자격인 우리는 그 노부부의 가정에 사랑과 행복이
넘실거리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우리가 그 분을 존경하는
마음이 더욱 짙어짐도 물론이었다. 시인.전주 완산고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