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청마시인은 그것을 소리없는 아우성 이라 노래했다. 청천에
나부끼는 깃발은 과연 그 어떤 외침보다도 드높은 함성이자 웅변일 수
있다. 더구나 그것이 나라의 상징일때는 더욱 그 함축이 장중하다. 릴
레함메르의 설원을 뒤덮었던 깃발의 물결속에서 자랑스런 태극기도 여보란
듯이, 그것도 여섯번씩이나 높게 게양되어 우리를 흐뭇하게 만들었다.
고난과 역경을 뚫고 세계의 정상에 오른 젊은이들이 떠오르는 제나라국기
를 보며 눈물짓는 모습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유난히 열
성적이었던 주최국 노르웨이 국민들은 심지어 얼굴에 까지 국기를 그려넣
고 열심히 깃발을 흔들어 댔다. 하기야 여인들의 속옷에도 성조기를 그
려입는 패션이 없지않고 보면 서구사람들은 국기에 대한 친근감이랄까 생
활화가 동양보다 더한 것 같다. 우리도 나라사랑 만큼이나 국기사랑을
자주 논의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드시 관념과 실제가 일치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국기에 대한 규정이나 국기의 존엄성에 관련된 규정 또는 법률
을 보면 외향으로는 매우 근엄하고 엄격하나 실제에서는 다분히 형식적이
거나 겉치레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법률로는 국기의 규격이나
게양, 하강에 관련하여 매우 세밀하게 규정되어 있는데도 실제로는 그
정신보다 형식에 흘러 대충대충인 경우가 적지않다. 일출, 일몰마다
국기를 게양 또는 내리고 국기에 대한 맹세 도 낭독하지만 사람 안보
면 대충 끝내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잘 안지켜지는 번거로움보다는 관
공서나 주요건물 중심으로 년중게양하되 외국 처럼 야간에는 조명하고 집
집마다 게양은 자율에 맡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