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가 없는 시골 달걀입니다. 그냥 드셔도 좋습니다." 연전,
김군이 볏짚으로 정성들여 엮은 달걀 꾸러미를 내밀면서 한 말이다. 시
골에서 홀어머니를 도와 농사를 하였는데 곧 입대하게 된다며 진로에 영
향을 준 필자를 찾아온 것이다. 달걀 꾸러미를 대하니 지난날 우리네
생활상이 물살처럼 퍼뜩퍼뜩 스쳐갔다. 시골에선 닭도 한가족으로 생각
하며 집집마다 길렀다. 어느 집이고 마당에 들어서면 몇 마리 토종닭이
모이를 쪼고 있지 않던가. 그런 모습을 대하는 일만으로도 생활의 안
정감을 얻기에 넉넉했다. 사립문은 열리고 주인은 없어도 닭들이 집을
보던 우리네 시골이었다. 마당에서 모이를 쪼다가 심심하면 담장에 올라
목청을 돋우기도 하고, 그래도 마음에 안 차면 암탉을 데리고 남새밭
에 날아들던 닭들. 온몸에 윤기 자르르 흐르던 토종닭이 낳은 알은 볼
그레한 껍데기가 토돌토돌 싱싱하였다. "시골 달걀, 우리 하나씩 나
눕시다." 주윗분들께 권하고는 하나를 들어 책상 모서리에 부딪쳐 깬
후 후루룩 마셨다. 이렇게 날달걀을 먹어 보기도 오랜만이었다. 고소한
향이 늦게까지 입안에 풍성하게 남던 무공해 달걀이었다. 농촌에 생
기가 팔팔하던 시절. 날달걀이나 맑은 샘물 한 그릇에서 얼마나 많은
풍요를 누렸던가. 그런데 볏이 벌겋던 장닭의 호쾌한 울음소리가 우리
곁을 떠나면서 시골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마당의 닭들이 양계장에
갇히게 되면서 털빛부터 칙칙하게 되어갔다. 이런 우중충한 닭들이 낳
은 달걀을 날 것으로 먹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갑술년은 정월
부터 낙동강 수질오염 사태로 전국이 온통 물 소동이다. 우리 하천 어
디에서나 철철 흐르는 맑은 물을 두 손으로 움켜 꿀꺽꿀꺽 먹을 수 있
는 날은 언젤는가.오늘 따라 김군의 달걀이 자꾸만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웬일일까? 수필가.재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