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변화 반영 미술운동 혼선/"대관수입 줄고 적자늘어 불가피
" 민중미술의 메카 그림마당 민이 없어진다. 민족미술협의회(대표 림
옥상)는 29일 서울 환경운동연합 강당에서 총회를 열고 80년대 민중
미술운동의 대표적 전시공간으로서 그동안 민중미술의 상징처럼 돼 온 그
림마당 민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림옥상 대표는 "90년대 중반의 변
화된 상황에서 그림마당이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
으며, 재정적으로 이를 유지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아 일단 그림마당 민
을 없애기로 했다"고 폐관 이유를 설명했다. 임대표는 "이는 그림마당
민을 확대개편한다든가, 개선하기 위해 일시 휴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단 무조건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3월기획전 전후될듯
이에 따라 그림마당 민은 현재 전시장이 입주해 있는 서울 인사동의 건
물 임대 계약이 만료되는 올 6월까지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림마
당 민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일단 폐관 결정이 내려진 이상 빠르면
3월 24일 오늘의 지역작가 기획전을 끝으로 문닫을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민미협 관계자들은 그림마당 민 폐관의 일차적 이유로
만성적 적자와 이로인한 운영난을 들고 있다. 월 6백만원에 달하는 그
림마당 민의 운영 경비는 자체 대관료 수입과, 기획전에서의 판매 수익
으로 충당해 왔으나 최근들어 대관 수입도 줄어들어 운영난에 시달려 왔
다. 그러나 그림마당 민의 퇴장은 오늘의 민중미술이 처한 상황을 함
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게 이를 지켜보는 많은 미술인들의 시각이
다. 이념 폭발의 시대였던 80년대 중-후반, 그림마당 민은 민중미술
운동의 발표와 토론의 장이었으며 투쟁의 공간, 심지어는 걸개그림을 그
리는 창작의 산실이기도 했다. 그동안 여기에서 열린 개인전과 단체전
기획전, 교양강좌는 줄잡아 2백50여건. "시대적 역할 끝났다"
그러나 국내외 여건 변화로 민중미술의 위상이 새로워지고 문민정부 출범
이후 이를 보는 당국의 시각도 변화함에 따라 민중미술 진영에서 그림
마당 민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화된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국립 현대미
술관을 비롯, 각종 미술관 화랑에서 민중미술이 더 이상 터부의 대상이
되지않게 되자 그림마당 민이 누리던 유일한 민중미술 전시공간 으로
서의 지위도 의미를 잃게 된 것. 아울러 민중미술인들 내부에서조차 현
단계 민중미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혼선이 빚어짐으로써 이제까지 그림
마당 민을 지탱해 온 미술운동의 철학도 흔들리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민중미술 계열 중견 작가들 사이에 "그림마당 민의 시
대적 역할은 끝났다"고 보는 인식이 확산돼 가고 이들 자신이 그림마당
민보다는 오히려 상업화랑에서 전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진
것도 이같은 변화의 반영으로 보인다. 오윤미술상 신설 검토 문제는
그림마당 민이 없어질 경우 아직 상업화랑에서의 전시가 어려운 민중
계열 젊은 작가들에 대한 배려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 이에 대
해 림옥상대표는 "현재 중견작가들을 대상으로 시행되고 있는 민족미술상
을 3~4년에 한번 시상하는 것으로 바꾸고, 젊은작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오윤미술상(또는 민족미술청년작가상)을 신설, 창작의욕을 북돋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태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