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소년 성장기추억 엮어낸 전작 한국에서 서정적 문체의 미학을 가장
훌륭하게 구사하는 소설가로 불리는 임철우씨가 제주도에 틀어박혀 써낸
전작장편소설이다. 추억은 언제나 황량했다. 미칠듯이 추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지만, 무심한 세월의 물살은 언제고 수많은 잿빛 추억의
가랑잎들을 끊임없이 내게 떠내려 보내줄 뿐이었다. 그리하여 추억은 나
의 먹이가 되었고, 나는 지금껏 누에처럼 그것의 물기없는 이파리만 시
름시름 갉아먹으며 살아왔다. 30대초의 시인 나 가 추억의 실타
래를 풀어내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삶이란 하나의 추억을 완성하는
것 이라는 어느 프랑스 시인의 말을 실감케 한다. 가난한 섬에서 태어
나 가족과 함께 뭍의 한 도시로 이주한 나 는 소년시절의 회상을 통
해 그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에 대한 기
억이야말로 타인에 대한 사랑에 다름이 아니고, 그 사랑으로 인해 나
는 황량한 삶을 견뎌낼 힘을 얻는다. 나 의 소년시절 추억 속에
는 사랑에 들뜬 청춘남녀가 있는가 하면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비명횡사
한 사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뜬 누이가 있고, 죽음을 서서히 준
비하는 노인들이 들어 있다. 그 인물들이 각기 짧은 단편 형태로 그
려져 있고, 작가는 그 단편들을 한줄에 묶어서 이 소설을 만들었다.
한양출판간 3백36쪽 5천5백원 박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