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폴란드서 옷 바꿔입고 재등장/실업-경제난이 구시대향수 불
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어언 5년. 그동안 유럽의 공산주의자들은
정치적 개종을 했는가, 아니면 잠적했는가. 유럽 공산주의는 죽지
않았다. 작년의 폴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총선결과가 이를 증언해준다.
지난 9월 폴란드선거에서 이름을 바꿔단 옛 공산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 유럽의 언론들은 이 선거결과를 보도하면서 좌익이 다시 몰려온다!
는 제목을 달았다. 폴란드와 양상은 좀 다르지만 작년 12월에 진행
된 러시아 총선은 붕괴됐던 러시아 공산당의 재기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
었고, 그에 앞선 이탈리아 선거는 공산당의 정권장악 가능성마저 제기하
게 만들었다. 프랑스의 시사주간 렉스프레스지 논설위원 올리비에 뒤아
멜씨는 이같은 현상을 후기 공산주의의 발현 으로 진단했다. 1917
년에서 1989년까지를 전기 공산주의라고 가정한 분석인 셈이다. 뒤아
멜씨는 "공산주의자들이 러시아에서는 국수적 민중주의자로, 동유럽에서는
평화적 사회주의자로, 이탈리아에서는 진보적 민주주의자로 변신하고 있
다"고 설명했다. 특히 폴란드에서 옛 공산주의자들이 복귀한 것은 유
럽 지식인들이 설명해온 정치변화 공식을 흔들어 버렸다. 폴란드는 80
년대 초부터 동구권 구체제에 와해의 불을 지펴온 나라다. 그리고 최근
4년동안 이 나라는 체제전환 국가중 그런대로 안정된 경제상황을 보이
고 있었다. 폴란드는 이동안 이른바 충격요법 으로 불리는 경제개혁
을 실시, 안정된 통화 현대화한 금융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해왔
다. 문제는 실업이다. 경제활동인구의 14%에 이르는 폴란드의 실업률
은 동구권 경제개혁에 하나의 모델역할을 해왔던 충격요법 에 구멍을
냈던 것이다. 체제는 바뀌었으나 유권자들의 의식구조까지 바뀐것은 아니
었다. 서방측 TV에 나온 한 폴란드 퇴직 근로자는 "국가는 왜 예전
과 같은 연금을 주지 않는가"라고 불평하고 있었다. 동유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신체제는 주민들에게 열망과 기회를 주고 있다기 보다 오히
려 부당하다는 느낌 을 일깨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체제는 자
유 쪽에, 국민의식은 평등 쪽에 남아 있는 셈이다. "후기 공산주의
자들은 완전세계화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시장경제체제가 시행착오 때문
에 남겨놓고 있는 부분을 자기영토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 뒤아멜의
분석이다. 이러한 사정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 후기공산주
의자들이 집권한 동구권에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아마 다음번엔 헝가리,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지에서 후기 공산주의자들이 등장할 확률이 매
우 높다. 이들 나라가 시장경제의 이식과정을 밝힌 진단서 내용은 폴란
드보다 나을게 없기 때문이다. 후기 공산주의자들이 많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지도자가 바뀌었고, 정책이 새로운 것이며, 후보의 연설내
용도 선배 들 것과는 질적으로 다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이들은
협상과 타협을 할 줄 안다. 그러나 이들이 작년들어 다수당으로 등장한
이유중 동유럽 유권자들의 망각증 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구
체제 시절의 고통이 막연한 향수로 변모되고 있는 현상도 분명한 것이다
. 이탈리아의 공산당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이미 89년부터 공산
당의 해체과정을 진행해왔다. 당지도자 아킬레 오케토는 당시 한 인터뷰
에서 "우리의 목표는 민주적 방법으로 사회주의 체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지고 명백한 민주주의에 다다르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법과 목표를 근본적으로 수정한 이탈리아 공산당은
사회민주당 으로 개명했고,이들은 속과 껍질 모두 옛것을 철저히 버린
셈이다. 그래서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금년 총선에서 대체세력으로
등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파리=김광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