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못잖은 품성" 평가 기뻐/책 많이 읽히고 칭찬 자주 했어요
열아들 부럽잖은 딸셋 에 쏟아지는 조명 너머에는 어머니의 응달이 있
었다. 마리아(25.첼로) 루시아(25.피아노) 안젤라(23.바이올린
) 세자매로 결성된 재미 안트리오의 어머니 이영주씨(49)가 세딸을
음악가로 키워낸 이야기와 삶의 속내를 담아 엄마의 요술주머니 (우석
출판사)라는 수필집을 최근 펴냈다. 가톨릭 세례명을 이름으로 삼은
안트리오는 8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의 커버스토리에 오르고, 이
듬해 NBC TV 서울올림픽 특집프로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미국악단의
영파워. 출중한 앙상블과 고운 품성으로 이들이 나란히 졸업한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에선 음악뿐 아니라 전인교육의 성공사례로 내세울만큼 평
판이 높다. 지난 가을 안트리오의 내한연주때 함께 입국해 서울에 머물
고 있는 어머니 이씨를 만났다. "세아이를 처음부터 음악가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로 서점-출판사를 경영하면서 아이들의
정서를 고려, 착하고 올곧게 자라주었으면 하고 악기를 하나씩 안겼지
요. 쌍둥이중 둘째 루시아는 유치원 선생님이 권해 피아노를 먼저 시켰
고, 맏이와 막내엔 몸집 크기대로 첼로-바이올린을 각각 골라주었을 뿐
이에요. 복이 많은지 아이들이 엄마를 잘 따르고, 저절로 잘 자라주었
습니다." 아이들의 손이 장난감보다 악기만지기에 더 익숙해질 무렵
이씨는 욕심을 부렸다. 이들이 각종 콩쿠르서 두각을 나타내고, 세종문
화회관서 가진 연주회가 좋은 평을 얻자 내처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밀어
넣은 것. 81년 여름 국교 5-6학년 세아이를 데리고 그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처음 한두해는 걱정이 없었으나, 서울에 남은 남편의
서점이 기울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쳤다. 아이들의 학비를 대기 위
해 이씨는 뉴저지서 단신으로 세탁소를 열었다. 그의 요술주머니 에는
이국땅에서 세탁소를 꾸리며, 교포신문 기자로 뛰며 세딸을 키워낸 좌
절과 성취의 미국생활이 또박또박한 필체로 담겨 있다. "세탁소를 열
때였습니다. 아스펜페스티벌 연주를 앞두고 안젤라가 줄리아드의 강효선
생님께 특별레슨을 10번 남짓 받았어요. 가진건 넉넉찮고, 2백달러를
편지와 함께 안젤라편에 레슨비로 드렸지요. 그랬더니 강선생님이 레슨
비 받지 않을테니 그돈 보태서 안젤라의 바이올린 활을 좋은 것으로 바
꾸라면서 전화를 주셨어요. 전화끊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밝히기 부끄럽
지만 안젤라는 지금도 싸구려 활을 쓰고 있습니다." 요술주머니 는
차츰 고생 끝의 보람으로 채워진다. 미국 온 이듬해 맏이 마리아가
필라델피아 관현악단과 뉴욕필하모닉 콩쿠르에 거푸 우승하고 대지휘자 주
빈 메타와 협연한 감격, 아스펜페스티벌서 안트리오가 베토벤의 3중협
주곡 을 협연해 기립박수를 받은 기쁨의 순간들을 차분히 고백하고 있다
. 이씨는 뉴욕의 한국계 일간지를 거쳐 지금은 뉴저지 교포신문 편집간
부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수필집에는 그가 기자생활을 하며 이곳저곳
흩뿌렸던 글품 들도 함께 엮었다. "외국기자들이 아이들을 만나보고
는 여느 줄리아드출신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해요. 기악을 하면서도
문학 역사 미술 등 다방면에 이해가 깊다는 거예요." 이씨는 "연주보
다 아이들 품성이 좋다는 말을 들을 때 엄마로서 더 기쁘다"면서 "서
점을 하면서 책을 많이 읽힌 것이 감성개발에 큰 도움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 그리곤 자녀교육의 비결 아닌 비결 하나를 덧붙였다. "칭
찬만큼 좋은 보약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연습할 때 엄마도 책을 읽거나
낙엽을 긁거나 하면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
썼습니다." 김용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