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첫행사땐 실패할까 조바심도 지난해 3월 29일 오전 서울 종
로구 동숭동 대학로. 길게 늘어선 좌판위에 헌책이 가득쌓여 있고 그
한쪽 귀퉁이에 한 청년이 긴장한 얼굴로 서 있었다. 행사 이름은 9
2 알뜰도서 교환시장 , 청년은 당시 을지서적 기획실장으로 있던 김영
수씨(38.서울출판컨설팅대표)였다. "판은 벌여 놓았는데 사람이 안
오면 큰 일 아닙니까. 게다가 그런 형태의 행사가 벌어졌던 전례도 없
고 해서 속으로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지요. 하룻동안
무려 2만여명이 몰려 예상의 배를 웃돌았습니다." 행사는 이렇게
진행됐다. 집에서 헌책을 가져온다. 헌책을 접수시키고 스티커를 받는
다. 그 스티커를 들고 다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바꾼다. 이날
시장에서는 김실장이 출판사의 협조를 얻어 마련했던 1만권의 시드머니
를 포함, 모두 2만5천여권의 책이 주인을 바꾸었다. "행사를 기획
하게 된 것은 그 전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딸의 손을 잡고 대학로
는 문화의 거리 라고 일러주면서 걷는데 어린 학생들이 구석에서 본드를
마시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른 눈을 가렸지만 참 끔찍했습니
다." 이후부터 대학로를 진짜 문화의 거리로 만들 묘안이 없을까 고
민이 시작됐다. 줄곧 서점에만 있었고 문화 하면 책 밖에 몰랐으니 책
을 주인공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국 잡지를 뒤적이다가 벼룩시
장 기사를 보았습니다. 평소에도 자주 보던 기사인데 그날 따라 눈에
확 띄더군요. 책을 주제로 벼룩시장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고 가까
운 출판사들에 이야기하니 모두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하더군요." 첫
행사의 예상 이상의 성공 이후 알뜰시장은 매월 계속됐다. 이듬해가
책의 해 로 정해진 것은 이 운동의 전파를 위해 엄청난 행운이었다.
뭔가 하기는 해야겠는데 묘안이 없어 고민하던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알
뜰시장으로 달려들었다. 운동의 성공에 대한 김씨의 해석은 첫 기획자답
게 가벼웠다. "책에 대한 미묘한 부담을 덜어주는, 절호의 기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산 책을 모두 갖고 버티자니 너무 짐이 되고
, 그렇다고 한번 읽고 버리자니 아쉽고 하던 차에 책을 바꿔 준다니까
좋아라고 들고 나오시는 것 같았습니다. 책이 어떤 형태로든 귀하게
취급된다는 데 안도감을 갖는 것이지요. 내게는 헌책도 남에게는 새책
아닙니까. 게다가 요즘 최고의 운동이라는 환경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되
고, 꿩먹고 알먹기지요." 행사가 워낙 급속도로 파급됐기 때문인지
첫 기획자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김씨는 지금은 출판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직종을 처음 만들어 다
시 일을 벌이고 있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