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이원복교수(47)가 최근 현대문명진단 이라는 만화판 문명
비평서를 펴냈다. 그는 우리시대에서 가장 예민한 귀를 가졌는지 모른다
. 이 책에는 현대문명이 꿈틀거리면서 혹은 뒤척이면서 빚어내는 조그만
떨림도 분명히 포착되고 있다. 당대의 일류급 석학들이 평생 꿈으로서
시도해보려했던 이러한 작업을 그는 유쾌한 만화로서 단번에 펼쳐내보인
다. 예사 고수가 아니다. 이 책의 첫장은 13~14세기때 신곡
을 썼던 단테를 등장시키고 있다. 단테가 "이때는내가 최고 지성이었다
"고 폼잡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살았을 당시 파리 소르본 대학도서관
장서수는 1천3백38권이었다고 슬쩍 토를 달고있다. 그런뒤 다음 장
면은 1989년 워싱턴 미국의회 도서관의 장서가 9천8백64만 5천2
백49권임을 보여준다. 이 한토막의 만화에서 정보의 홍수속에 빠져있는
현대문명의 에센스가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이 문명비평서 역시 온
갖 정보가 동원되고 있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유럽의 최신 뉴스와 정보
들을 이 책은 조합하고 해석해내고 있다. 실제 저자인 이교수는 국내외
각종 신문과 주간지로부터 폭주하는 정보들중에서 쓸만한 것들을 골라내
는데 많은 정력을 들였다고 한다. 우주에서의 SEX , 손가락 고
문 , 배꼽과 코란 , 살찌려면 공포영화를 보라 , 냄새로 매상
을 올린다 등 만화의 제목부터 정보를 느낄 수 있다. 이교수는 "코
끼리 뒷다리 만지기식으로 진단한 것인데, 하지만 여러군데를 쉼없이 만
지다보면 나중에는 현대문명을 얼마만큼 다 만지게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로 작업에 몰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책을 보면 그가 출판소감을
참 겸양스럽게 말한 것임을 알게된다. 최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