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서시장 붕괴, 논리류 대히트/승려-여성저자 강세 미래-처세서도
인기 국가와 민족, 애국심등 장엄한 주제가 경쾌하고 얄팍한 포장
지에 싸여있다. 대형서점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올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이같은 사실이 잘 드러난다. 나의문화유산 성공
교보문고가 집계한 올해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민족주의적 성향은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있다. 소설은 물론이고 비소설 인문 등 여러 부문
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18세기 우리의 지적 문화적 토양이 얼마나 찬
란하고 풍요로웠던가를 전해주는 신예작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이 소
설적 표출이라면 우리 선조들의 멋과 여유, 지혜와 용기를 전해주는 연
변작가 방문주의 꺼리 는 비소설의 대표적 책이다. 서편제 신드롬을
낳은 이청준의 서편제 도 민족문화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깔고 있는
작품이고, 최래옥의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열린다 는 꺼리
와 비슷한 체제다.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책은 미술사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 조국애, 애국심, 국가주의등의 개념을, 목청
큰 주장이 아니라 국토와 건축물, 조각등 구체적인 물건 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올해 출판계의 수확 중 하나다. 강
렬한 민족적 정서에 기초한 책들이 이처럼 다양한 분야, 다양한 각도에
서 자리를 굳힌 것은 올해의 일. 90년 소설 동의보감 이 가능성을
열어준 이후 3년만의 결실로 분석되고 있다. 출간된지 얼마되지 않
아 이번 집계에는 빠졌지만 내년도 대형 베스트셀러로 미리 지목되고 있
는 김진명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는 민족주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애국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는 작품. 이 작품이 나오자 요즘 나라
생각 하지 않으면 베스트셀러가 못된다 는 말까지 나돌았다. 짧고 경
쾌한 서술특징 이 묵직한 주제는 경쾌하게 포장된다. 긴 문장이나
유장한 내용에 익숙지 않은 요즘 젊은세대의 구미에 꼭 들어맞는다.
또 한가지 올해의 중대한 변화는 시장 점유율 최대를 자랑했던 참고서
시장의 붕괴다. 왜곡된 교육제도와 입시제도 하에서 공룡처럼 비대해졌던
참고서 출판시장이 수학능력시험도입 등의 영향으로 약 절반으로 줄어들
었다. 줄어든 참고서 시장 부분은 교양도서가 메웠다. 그 과실을 가
장 먼저 따먹는 행운은 사계절출판사와 위기철씨가 차지했다. 반갑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고맙다 논리야 등 3권으로 구성된 논리시리
즈는 수학능력시험 논리분야의 참고서로 떠올라 올 1년동안 2백만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논리시리즈 는 책으로는 처음으로 경제계에서
뽑는 올해의 히트상품 에 뽑혀 다른 상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후 출판가는 논리자 돌림 사태가 났다. 이야기속의 논리학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상식속의 철학, 상식밖의 철학 이 책의
제목은 무엇인가 철학이야기 주머니 등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책들이다. 석용산스님이 계기 비소설 비소설 부문은 승려와 여자판
이 됐다. 승려돌풍의 진원은 석용산스님.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털
어놓은 여보게 저승갈 때 뭘 가지고 가지 는 법정, 삼중 등으로 이
어져온 승려에세이의 명맥을 이으면서 초대형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마
음 한번 돌리니 극락이 예 있구나 의 법성스님이 그 뒤에 등장했다.
그 영향에선지 이 분야의 선구자격인 법정스님의 버리고 떠나기 가 다
시 힘을 얻었다. 여성저자들의 기세는 하반기 들면서 엄청나졌다. 1
년 베스트셀러 20위권에 낀 사람은 이희재, 홍신자, 이나미, 목순옥
, 백지연 등이지만 저변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포진해있고 최근의 주간단
위 베스트셀러 집계에는 훨씬 많이 끼여있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는,
조금 이름이 났다 싶으면 나이가 들었건 젊었건 자신의 일대기 를
남기려는 경향이 너무 짙다. 책을 내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진지성 없
이 무절제하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얽어 놓은 것들이 많다
는 지적이다. 아무나 책을 낸다는 출판의 대중주의가 가장 활발하게 꽃
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역사책 8종 20위권에 인문 이야기
한국사 세계사 1백장면 등 역사책 8종이 20위권에 끼여들었다
. 역사의식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고, 또 그동안 책에 별 관심을 갖지
못했던 중견 남성독자들이 서점을 찾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아울러 알려준
다. 이 중견 남성들의 움직임은 책시장의 구조에서 가장 거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돈벌이 안네서 사라져 경제경영 한동안 인
기를 누렸던 돈벌이 안내서 들이 거의 빠져나갔다. 책을 아무리 읽어
도 돈을 벌지 못했기 때문인지, 나와도 팔리지 않고 나오지도 않는다.
대신 폴 케네디의 21세기 준비 나 앨빈 토플러의 권력이동 피
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 미래를 거시적으로 다룬 책이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또 최근 기업의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리엔지니어링 기업혁명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 등이 주목을 끌었고 실
용처세쪽으로는 인맥만들기 성공을 원하면 사귐에 능하라 정보를
3배로 활용하는 지적 메모술 이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많은 독자를 확
보했다. 전체적으로 우리의 독서시장은 활기에 넘쳤다. 독자층도 한층
두터워졌다. 내용면에서는 역사와 민족 등 거시적인 주제가 활발하게
다루어 졌다.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얼마나 책을 읽지 않는가
, 게다가 내용은 얼마나 시원찮은가 하던 습관적인 자기비하는 이제
버려도 될 만하다는 것이 올해 책시장을 둘러본 관련자들의 공통된 지적
이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