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인물 빅터 내세워 88년에 첫계약/별개회사로 위장 사무실
소재도 불명 국방부로부터 6백70만달러를 챙긴 프랑스 무기상은 회사
이름을 두차례나 바꿔가며 교묘하게 한국 정부를 농락한 것으로 밝혀졌
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군수본부 관계자들은 수백만달러어치의 포탄을
수입하면서 수출상의 소재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을 하는가 하면 사
고를 당한 뒤에도 국제 사기꾼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방부와 외환은행의 조사
결과 국방부로부터 3차례에 걸쳐 가짜 선하증권을 이용, 포탄대금 6백
70만달러를 받아 챙긴 프랑스 EFICO사 대표 장 르네 푸앙씨는 8
8년부터 국내대리인 광진교역 대표 주광용씨(52)를 통해 국방부 군수
본부 포탄입찰경쟁에 나설때 FII FEC EFICO 순으로
2차례나 회사 이름을 바꿨다. 푸앙씨는 3건의 사기행각중 최초
건인 88년 12월 90㎜포탄 1백70만달러어치를 공급할 당시 빅터
란 인물을 FEC의 대표로, 자신은 빅터씨의 프랑스측 대리인으로 나서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는 이어 90년 11월 나머지 2건의 허위계약
을 체결하면서 EFICO란 회사이름을 사용했고, 이때 자신을 회사대표
로 내세워 2개회사가 별개의 회사인 것처럼 위장했다. 이때 이미 푸앙
씨는 FEC를 EFICO로 이름을 바꾸고 역시 주씨를 국내대리인으로
내세워 1백5㎜ 포탄 3백8만달러어치의 공급권을 따낸 뒤 실제로 납품
실적을 올리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는 푸앙씨가 국방부로부터 EFIC
O란 유령회사의 신용을 사기 위해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아래 외환은행 파리지점은 90년 10월 이 계약건의 대금
3백8만달러를 찾아갔던 푸앙씨를 믿고 문제가 된 신용장과 선하증권내용
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별 의심없이 3백40만달러를 지급했던 것이다.
한편 무기중개업계에는 EFICO가 88년이전에는 FII로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푸앙씨는 국방부를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국내 진출 계획을 세우고 3차례에 걸쳐 단계적으로 국
내에 침투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와 계약당시의 EFICO의 주소는
FEC와 동일한 주소이며, 또 전화와 팩스도 동일한 번호여서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방부 군수본부는 파리주재 무관에
게 현지 확인만 시켜도 될 일을 하지 않아 아직까지도 에피코사가 실체
가 있는 회사인 것으로 알고 있는 어처구니 없는 꼴을 당하고 있는 것
이다. 본지 취재진이 신용장상에 EFICO의 파리본사로 되어 있는
곳에 전화를 걸어본 결과 이곳은 일종의 비즈니스센터로 여러개의 소규모
회사들이 사무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으로 확인됐다. 이 사무실 관
리인은 "푸앙씨는 3~4년전에 이곳에 입주해 있다가 나갔기 때문에 어
디로 옮겼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군수본부가 계약을 하면서 프랑
스 주재 무관에게 사무실만 가보게 했어도 금세 확인할 수 있었던 일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무기거래 업계에서는 이같은 허술함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누군가 묵인하지 않으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우병현-최우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