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방부 군수본부가 쓴 예산은 5조3천여억원. 올 국방예산의 절
반이 넘는 액수다. 군수본부가 프랑스 무기상 2개업체로부터 사기당한
6백70만달러(약 53억원)는 이의 0.1%에 불과한 극히 미미한
액수다. 군수본부 입장에선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하찮은 사업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돈은 월급 1백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4백4
0여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할 엄청난 액수다. 게다가
군수본부가 무슨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돈이 아니다. 국민이 땀흘려 낸
세금이다. 53억원이 아니라 5억원이었다 해도 고개를 들 수 없는
잘못이다. 그 뿐인가. 한 나라의 정부기관이 일개 무기중개상에 사기를
당했다는 것은 해외 토픽감. 국제 망신이다. 군수본부는 그런데도
선적서류상의 하자를 발견하지 못한 은행측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며 발
을 빼려 하고 있다. 사기 당한 돈의 진짜 주인 인 국민에게 진상을
알리기는 커녕 진화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군수본부는 88년 1백88
만달러 어치의 포탄 도입 계약을 하고 가짜 선적서류에 속아 91년5월
프랑스 무기상에게 대금을 지급한 뒤, 2년이 넘은 93년 8월이 되
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고를 지출한 물품이 기한이 훨씬
넘도록 도착되지 않았는데도 알아보지도 않았다. 한술 더 떠 군수본부
는 이같은 사실을 15일 있었던 브리핑에서 교묘히 숨기고 넘어갔다.
물건이 선적되지 않은 것을 8월이 아닌 6월에 발견하고 조사에 나섰다
고 발표한 것이다. 군수본부는 지난 봄 감사원의 율곡감사에서 여러
건의 비위가 적발되고 관련자들이 징계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대다수의 군관계자들은 군수본부는 복마전 이라는 인식이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데서 생긴 왜곡된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일부 관계자들은 이
번 사건이야말로 군수본부의 고질적인 문제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어처구니 없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사건의 성격에
서, 진한 범죄의 냄새가 풍긴다는 의혹의 눈길도 감추려 하지 않고 있
다. 권영해국방장관은 기회 있을 때마다 "과거의 잘못 때문에 오늘의
군을 매도하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해 왔다.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과거 의 잘못에 대한 시인이나 반성은 커녕, 오늘 이 시점까지도
거짓말이나 되풀이하는 장교들이 건재하는 군이 어떻게 매도의 대상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되묻고 싶다. 유용원.사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