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TT 본부는 바다같은 호수 레만호를 굽어보고 서있다. 어느 귀족
의 저택이었다는 이 건물은 깔끔한 조경이 물맑은 호수와 잘 어울려 겉
으로는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 각국은 먹느냐 먹히
느냐는 총성없는 전쟁 이 한창이다. 12월 들어 막바지에 이를 UR
협상 때문에 각 방은 휴일도 없이 24시간 불이 켜져있다.GATT 본
부에서는 유명한 경구가 있다. "모든것이 합의될 때 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았다(Nothing is agreed until every
thing is agreed)." 협상은 서로가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기위한 피나는 싸움이다. 거의 합의에 이르렀다가도 돌발변
수가 생겨 원점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단 두나라가 협상을 벌인다면 쉽
게 결론이 일찍 날수도있다. 그러나 3개국 이상만되면 모두를 만족시키
는 협상결과가 나오기는 매우어렵다. UR가 7년이나 끌어온 것도 1백
1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협상이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가까스로 합
의했다고 해도 이를 다른 나라들이 모두 양해할 수 있도록 다자화 하
는 과제가 남는다. 따라서 협상 결과를 점치기는 극히 어렵고, 실제
협상테이블에 앉은 전문가들은 마지막까지 보안 을 지키는데 익숙해 있
다. 한국이 가장 관심을 갖는 쌀 협상도 그렇다. 이른바 일본 공
식 을 만들어낸 미국과 일본은 지난 2년여 비밀협상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두 나라는 합의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이 한번도 없다. 미-
일합의안은 막바지인 7일부터 겨우 문서로 만들어져 관계국들에 배포되기
시작했다. 겨우 며칠전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국은 일본 공식을 토
대로 쌀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일 합의를 기초로 조금이라도 더 유리
한 조건을 얻어내는게 우리의 목표다. 그렇지만 한-미간 주고받기로 어
떤 결과가 나왔다해도 농산물에 관심있는 다른나라들이 모두 동의할 때까
지 어떤것도 합의 됐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제네바 협상팀에게는
협상 내용에 대한 코멘트가 수시로 나오고 있다. 상당한 진전이 있었
다 는 낙관적인 것에서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어렵다 는 비관적인
것까지 있다. 유예기간같은 숫자도 흘러나온다. 그런데 이같은 코멘트
가 비등한 국내 여론을 의식, 서울과 협의끝에 계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어 여론조작 의 냄새마저 느껴진다. 물론 전 국민적 관심사와 언론
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개방 반대집회가 연일 벌어져 협상팀에게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협상팀의 체면과 여론 무마를 위해 최종합
의되지도 않은 사실을, 때로는 어떤 의도 를 갖고 흘리는 분위기이다
. 나중에 결과가 잘못되면 더 신랄한 비난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같다."제네바=나종호.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