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그저 책을 늘어놓고 팔던 곳에서, 적극
적으로 문화를 생산, 공급하는 곳으로 격을 한차원 높여가고 있다. 그
징후를 알리는 두 건의 문화사건 이 책의 해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
다.교보문고등 대형서점들이 저자와의 대화 를 문화이벤트로 정례화하는
것과 이달로 개관 3주년을 맞는 월드북센터의 향락과의 전쟁 승리
소식이 그것이다. 편집자주 *저자와의 대화/4개서점 주례행사로 정착
추세 지난달 20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의 저자 유홍준교수(영
남대.한국미술사)는 교보문고 강당에서 홍역을 치렀다. 이날 오후 3시
부터 2시간동안 슬라이드 강연형식으로 열렸던 독자와의 대화가 끝난지
30분이 지나도록 독자들이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 참석자는 7백여명.
국내 저자와의 대화 사상 최대인파였다. 그러나 이 상황이 유교수만
겪는 일은 아니다. 저자와의 대화 가 활성화되면서 생긴 새 문화현상
이다. 현재 이 대화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는 곳은 서울의 교보
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과 부산의 영광도서등 4곳. 이중 교보와 영
풍문고는 매주, 종로서적과 영광도서는 매월 1차례씩 모임을 갖고 있다
. 교보문고의 경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교보빌딩 1층 비즈니스홀
로 가면 인기 저자를 만날 수 있다. 곽재구, 고은, 김진명, 백지연
, 이문열, 이원복, 조병화, 최인호, 이나미씨등이 이곳에서 독자를
만났고, 자크 아탈리나 아노 펜지아스등 해외석학도 서울방문길에 사인
회를 가졌다. 영풍문고도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매장 지하 2층 이
벤트홀에서 모임을 갖는다. 위기철, 차상기, 오성식, 유홍준, 이인화
, 이명복, 강봉수, 서정범씨 등이 초청됐다. 종로서적은 이 모임의
효시. 77년 5월 박완서씨를 초청, 작가와의 대화 를 처음 가진
후 지난 11월 최수철씨까지 장장 17년동안 계속됐다. 지금까지
출판사 판촉활동의 일환 정도로만 여겨지던 독자와 저자의 만남이 본격문
화행사로 자리를 잡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월드북
센터/ 향락과의 전쟁 선언 자립에 성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월
드북센터가 개점 3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월드북센터 측은 이같은 흑
자 전환이 월드북센터가 문화의 불모지대로 치부돼 온 신사동 일대에서
서점으로서 자리를 굳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보고, 개점 3주년을
맞는 이달부터 서점운영의 기조를 지금까지의 생존 우선 전략에서
문화 우선 쪽으로 방향을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월드북센터는 개
점 이후 만성적자에 시달려 왔다. 첫해에만 7억원대, 이듬해에는 첫해
보다는 나아졌으나 3억원 정도 적자를 보았다. 그러던 것이 올해들어
처음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 규모는 3천5백만원. "돈이 문제가 아니
라, 이제 월드북센터가 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증거로 생각합니다.
향락의 심장에 책을 꽂겠다 는 당초의 뜻이 어느정도 이루어졌고, 앞
으로는 더욱 가속도가 붙게 될 것입니다." 대표 장명호씨의 말이다.
서점측에 따르면 현재 하루평균 고객은 평일 3천, 주말 5천여명선.
대부분 학생과 젊은 주부들이다. 이 숫자는 중형서점의 평균 고
객숫자로 월드북센터의 지역적 기반이 단단해졌다는 사실을 드러내 준다.
이런 서점이 3년만에 자립하게 됐다는 소식은 최근 일부의 책문화
쇠퇴론, 서점업 사양론에 비추어 모처럼 듣는 시원한 뉴스라고 많은 사
람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