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수집 하면 우리는 흔히 일본을 제일로 꼽는데, 사실은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도 손꼽는 동유럽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그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동유럽에서 공산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에 각국의 중앙정계나 지방정계에서 활동하던 사람들 수천명의 자세
한 이력서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었다.
FBIS라는 기관이 있다. 해외방송정보처 라고 번역될 수 있겠는데,
이 기관은 매일 세계 모든 나라의 방송을 듣고 영어로 번역해 일일
보도 라는 책자로 내놓는다. 일일보도 동아시아부 를 보면, 서울의
방송과 평양의 방송이 기사에서 해설은 물론 좌담까지도 상세히 영역돼
있다. 또 JPRS라는 기관이 있다. 공동출판연구소 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역시 세계 모든 나라의 신문 잡지 논문집의 글을 기사와 해
설 및 논설은 물론 논문까지 전문 또는 요약 형태로 영역해 놓았다.
월간조선 이 91년 신년호 부록으로 내놓은 북한의 실정에 관한 책
은 거의 전부가 영역돼 있다.게다가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미국의 대
사관들이 본국으로 보낸 주재국에 관한 갖가지 보고서는 자질구레한 것들
까지 모두 연방문서보관처에 보관돼 있다. 그뿐인가. 미국의 정찰인공위
성이 각국의 문제지역들을 끊임없이 찍어놓은 사진들은 어떤 경우에는 보
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예컨대, 평양시내 중심가를 찍은 사진은
행인들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미국의 1급 한반도
전문가들은 극비문서들을 빼놓고는 앞에서 말한 대부분의 자료들을 쉽게
접한다. 그래서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읽은 어느 월간지 몇월
호 어느 기자의 글에 따르면 지금 민자당의 어느 계보는 이렇다던데"하
고 얘기할 정도이다. 자료들의 보관과 활용을 위한 컴퓨터시설의 발전
도 나날이 다르다. 도서관에 가서 예컨대 북한의 핵개발자료를 찾으려고
자료목록을 본 뒤 해당 자료를 일일이 복사하던 시대는 옛날이 됐다.
자료목록 컴퓨터에 북한의 핵개발 이란 신호만 주면 적어도 뉴욕타임
스와 위싱턴포스트 및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실렸던 모든 크고 작은 기사
가 그냥 인쇄되어 그 자리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 이라고 했다. 이제는 자료가 국력 인 시대가 됐다. 단국
대 교수.미국 우드로 윌슨 연구소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