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미국의 국빈은 백악관에 재우는게 관례였다. 언젠가는 여기
묵고 있던 처칠이 벌거벗고 있는데 루스벨트 대통령이 불쑥 방안에 들어
왔다. 그러자 처칠은 태연히 말하기를 "대영제국의 수상은 미국 대통령
에게 숨길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어느날 밤에는 또 처칠 수상이
잠옷바람으로 복도에 나와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과 마주쳤다. 몹
시 당황했던 부인은 그 다음날로 국무장관에게 영빈관을 따로 만들도록
일렀다. 이래서 생긴 것이 백악관 북쪽 길 건너에 있는 블레어 하우스
다. 겉으로는 매우 소박해서 통행인들의 눈에도 잘 띄지 않는다. 이
집이 처음 건축된건 1824년. 원래의 주인 블레어는 이집 뜰에서 소
며 말을 기르기도 하고 길건너 집 대통령에게 매일 아침 밀크를 배달해
주기도 했다. 이걸 정부가 사들인 것은 1942년이었다. 그 후 이
곳에서 머무른 국빈들은 까다로운 사람도 많았다. 드골 대통령을 위해
서는 2m 가까운 침대를 새로 마련했다. 물도 프랑스제 미네럴 워터여
야 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을 위해서는 신선한 염소 밀크를 준비
해야 했다. 미얀마의 수상은 응접실에 간이 불단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
하기도 했다. 일본의 복전 수상은 또 간식으로 일본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과연 무슨 특별 부탁을
했는지 궁금하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블레어 하우스에 묵
으면서 김대통령은 많은 것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새삼 민주주의의 무게
를 실감하기도 했을 것이다. 어제 서울에 돌아온 그의 눈에는 어쩌면
한국도 많이 달라져 보일 게다. 그렇다면 그것 만도 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