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관목지대는 "기름역할" 해마다 9~10월이면 미캘리포니아
지역에는 대형 화재가 자주 일어난다. 지난달 2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일대 14개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산불은 임야 18만에이커와 가
옥 7백30여채를 태우고 1주일만에 진화됐다. 또, 완전 진화된 줄
알았던 산불에서 일부 남아 있던 불씨가 2일 강풍을 타고 되살아나면서
또다시 2백여채의 가옥이 불타고 주민 2천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
었다. 특히 찰스 브론슨, 브루스 윌리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수백만달
러 짜리 호화저택이 들어서 있는 말리부 콜로니 지역은 엄청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0년 고급 주택가인 시미밸리와 벤추라
지역이 최근과 같은 화염에 휩싸인 적이 있었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불과 13일동안에 무려 7백70건의 화재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사람들
은 곧 그런 일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호화별장을 짓는 데 열중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지는 최근 캘리포니아 지역에 화재가 빈발한 이유
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어리석게 이지역에 호화주택을 계속 짓고
있는것은 모두 지중해성 기후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리스나 호주가 대
표적인 지중해성 기후지역인데 이 기후의 특색은 여름에 저온건조하고 겨
울에 온난다습하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이런 기후를 좋아하는
데, 좋아만 할 뿐 이해하려 하지는 않는다. 덕택에 화재로 인한 고통
또한 그만큼 크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인 가
을이 가장 화재가 빈발하는 계절이다. 아스팔트 빼고 모든 것이 불에
탈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늦겨울이나 초봄에 화재가 빈발하는 우리나
라와는 정반대다. 지난 5개월간 마린 카운티에 있는 타말파이스산의 강
수량은 38㎜에 불과했다. 앞으로 5개월동안에는 약 1천2백㎜의 비나
눈이 내릴 것이다.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기후에 따라 독특한 식물
군이 형성됐다. 건조한 숲이나 관목지대가 이 지역 산림의 대종을 이룬
다. 관목지대가 마치 석유를 끼얹은 것처럼 불타는 장면이 TV를 통해
방영되었는데 사실상 이 지역 관목의 주성분은 석유와 비슷하다. 이
지역에 가장 흔한 상록관목인 만자니타는 건기에 살아남기 위해 수분대신
다양한 오일을 생성해서 저장한다. 이런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마른
만자니타 조각은 휘발유 처럼 불에 잘 탄다. 또 다른 흔한 종류인 유
칼립투스는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불에 탄다
. 사람 키높이만큼 자란 잡풀이나 덤불 또한 불에 잘 타기는 마찬가지
다. 따라서 이 지역에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가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특히 올해는 유난히 긴 가뭄이 지속됐으며 때맞춰 불어온 시
속 80㎞의 산타애나 강풍이 겹쳤기에 피해는 더욱 컸다. 인디언들이
로스앤젤레스를 연기나는 곳 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몇군데의 화재는 방화로 추정되긴 하지만 결국 캘리포니아는 대형화재가
발생할 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고 하겠다. 그렇지만 이번 화재
가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하나의 교훈이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곳으로의
이사를 심각히 고려하게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따뜻
한 태양이 비치는 이 기후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