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증없는 재판" 주장 배척, 정씨 등 진술 인정/예상보다 형량낮아
"정치적 고려 작용" 지적 박철언피고인은 자신이 믿는다던 조국
의 법정 에서 일단 완패했다. 서울형사지법 김희태판사는 5일 박피고인
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1백% 받아들여 실형을
선고했다. 형량은 징역 2년에 추징금 6억원.이번 판결의 특징은 변호
인측의 무죄주장을 철저히 배척해 검찰에 승리를 안겨주면서도 형량은 예
상을 크게 밑돌았다는 점. 이때문에 국민의 지대한 관심속에 진행됐던
박피고인에 대한 재판은 또다른 흥미를 안겨주고 있다. 우선 유-무죄
부분에서 재판부는 이 사건을 시체없는 살인사건 이라며 물증이 없다
고 항변해온 변호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또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
켰던 홍성애여인의 법정 진술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홍여인
은 결코 결정적으로 중요한 증인이 아니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
다.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정덕진형제를 비롯, 10여명에 이르는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관되게 공소사실과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고있다. 반면 재판부는 박피고인이 검찰 출두전 3~4차례 말을 바
꾸었음을 적시하면서 변호인측의 무죄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의 유죄
심증 에는 국가공권력의 대행자인 검사가 고의적으로 사건을 조작했다
고 볼 수는 없지 않느냐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변호인측이 주
장하는 표적-담합 수사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증인들의 일부
엇갈린 진술이나 홍여인의 불출석 따위는 유-무죄 판단의 변수가 될 수
없다는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확고한 유죄심증과는
별도로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을 1백% 받아들인 것은 균형감각에 문
제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사건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행위들
을경험칙과 논리칙에 입각해 엄격히 심리할 경우 공소사실 1백% 인정은
무리라는 비판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있다. 예컨대 뇌물이 헌수표만으
로 조성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헌수표가 추적이 안되는 이유, 홍여인
의 일관성없는 진술등이 "과거의 기억은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는 등
몇 마디 비법률적인 말로 설명되기엔 미흡하다는 것이다. 즉 재판이 법
관의 자유심증으로 이루어지지만 자유심증 역시 논리성과 객관성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형량부분. 김판사는 량형에 대해 "
징역 3년과 2년을 두고 고민했지만 정덕진씨가 징역 2년6월을 선고받
았고 동생 덕일씨가 불구속기소된 점을 고려, 형평을 맞추기 위해 징역
2년을 택했다"고 말했다. 법원 주변에서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
면서도 징역 2년밖에 선고하지 않은 것은 정치탄압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검찰에 일방적인 승리도 안겨주지 않기위한 재판부의 세심한 배려"
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번 판결에 정
치적 고려가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피고인 개
인에 대한 징벌의 효과보다는 그의 정치적 이미지에 타격을 가하는데 주
안점을 둔 판결이라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그동안 이번 재판을 정치적으
로 보지않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판결결과에서 다분히
정치성향 을 표출하고 말았다는 비판이다. 재판부가 슬롯머신 스캔
들의 하이라이트인 박피고인에 대한 1심 판결을 통해 검찰에 승리를 안
겨주었지만 검찰측은 양형에, 변호인은 유죄인정에 각기 불만을 표시해
항소할 것이 확실시된다. 세인의 관심이 집중된 박철언피고인에 대한 재
판은 제2라운드에 접어든 셈이다. 여시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