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과 대화-협상 힘든줄 뒤늦게 자각/막판 양보기대 막후창구 폐쇄않을
듯 "워싱턴=정해영기자"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종착지에 거의 온 듯
했던 미국과 북한간의 막바지 핵담판이 이달들어 답보상태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제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제재조치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이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한 4차 실무대표 접촉을 돌연 거부했고 한미 양국이 현 상태에서
는 내년도 팀 스피리트 훈련을 예정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데 인식
을 함께 함으로써 3단계 고위급 회담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전제조건들
이 좌초 직전에 와 있다. 미국은 그렇다고 먼저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닫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줄 수 있는 당근 을 모두 던졌기 때문에 이제 남은 것은
채찍 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또 북한이 매번 처음엔 대화에 응하다
가 막판에 홱 돌아서는 망나니 같은 자세를 마냥 참고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강경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
한이 순리대로 핵문제를 풀지 않고 감정이 꼬일대로 꼬이니까 막바지에
대화창구를 닫는 악수를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북한 내부에서 아
직 단일화된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어 내부 진통이 끝날 때까지 대화
채널을 쉬게 하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벼
랑끝까지 몰려 있다는 판단이 서면 다시 태도를 돌변해 대화하자고 나올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게 미국의 진단이다. 크리스토퍼 국무장관이
4일 상원 청문회에서 아직은 대북한 제재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라
고 말한 것은 당분간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천명한 것으
로 풀이된다. 이제 공은 북한쪽에 넘어 갔으며 그들이 대화를 원하면
이에 응할 것이고 끝내 핵사찰을 수용하지 않으면 제재로 가는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확고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양국
이 내년도 팀스피리트 훈련의 계속을 시사한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이 통
상 임시사찰에 응하고 남북 특사교환에 합의하면 팀 스피리트 훈련을 중
단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 외교소식통은 분석했다. 미국은
이제 북한이 대화를 제의해 올 때까지 계속 기존 입장을 견지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하겠다. 미의회에서는 미
국이 북한 핵정책에서 일관성이 없고 우유부단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인상을 리비아와 같은 핵개발 의혹국가들에게 줄 우려가 있다며 보다 단
호한 입장을 촉구하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미국의 강경
분위기를 알면 결국 조만간 뉴욕에서 비공식 접촉을 갖자고 제의해 올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3단계 고위급 회담은 요원하더라도 뉴욕
접촉은 가까운 시일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16일 카네
기재단이 주최하는 한반도에 관한 학술세미나에 북한측 실무접촉 창구인
허종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참석할 예정으로 있어 외교소식통들은 이 때
허종이 미국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뭔가 의미있는 발언 을 할 것으로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경제사정상 미국과의 조기 수교를 애타게 바
라고 있는 만큼 미국의 강경 대응과 유엔안보리의 제재조치를 감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북 실무대표 접촉을 무기연기한 것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 내려는 협상전략의 일환이며 미국이 이에 말려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다시 고개를 숙이고 대화를 하자고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남북한 실무접촉을 취소했다고 해서 미
행정부가 별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미-북한간의 핵담판은 아직 물건너 간 것은 아니고 비
공식, 비공개 접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
이 대화의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판단이 설 경우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을 통해 핵안전협정의 계속성을 북한이 깼음을 공식 선언하게 한
뒤 유엔 안보리의 제재 조치를 취하는 절차를 밟게될 것같다. 크리
스토퍼 장관이 당장은 아니지만 제재조치로 가까이 가고 있다고 한 것은
북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통보 한 것으로 보여 진다. 미
국은 이제 국제적 압력을 동원, 조용히 북한에 압박을 가하면서 유엔
제재에 대비하고 있는 것같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줄을 이제야 절감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