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일본의 부자 랭킹을 보면 대충 그 구성이나 순위가 해마다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현대사회의 부가 주로 투기나 경기 변동과 연
관된다 해도 재산과 소득과 관련된 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한 벼락부
자가 평지돌출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러나 석유파동을 두차례
나 겪고 금융혼란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면서 벼락부자들이 심심찮게 돌출했
는데, 이는 아무래도 세계 경제의 거품현상과 지구적 투기의 만연 풍조
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특히 땅값이 비싼 일본의 경우 부자의 상위
랭킹에는 부동산 부자들이 많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해마다 발표되는
고액 납세자들의 순위를 보면 재산가와 고소득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
는다. 소문난 부자들의 신고소득액이 의외로 적거나, 생소한 이름의 알
부자들이 상위의 순위를 차지할 때도 많다. 이런 현상은 물론 재산과
세와 소득과세의 차이겠지만 좋게 보면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역동적
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그러나 또다른 면으론 조세제도가 불비
하거나 조세행정이 덜 현대화됐다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그해에
가장 돈잘번 사람은 그만큼 더 노력했을 터이고 세금을 남보다 많이
냈으니 박수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엔 언제부터인가 돈많이
벌고 세금많이 낸 사람이 그걸 내세우기 꺼리는 현상도 없지 않다.
돈에 관한한 우리 사회도 남못지 않은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정작 타
인의 부와 소득에 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2중적 자세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의 자본축적 과정과 조세제도의 문제와 연관되
어 있을 것이다. 이런 2중성을 극복하는데도 제도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