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인정여부 최대관심/보안법적용-저작권료 송금등 겹쳐 북한판
이조실록 은 아무 탈없이 일반인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을까. 또 남
북한 당사자간에 처음 맺어진 저작권 계약은 그 효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여강출판사가 북한 사회과학원 민족고전연구소와 맺은
복제출판권 계약에 따라 이달초 출간한 이조실록 (본보 6일자 30
면보도)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책은 특히 60년대부터 남
북한 양쪽에서 국학의 역량을 총동원, 수십년동안 번역작업을 벌여온 국
학연구사상 최대의 역사라는 점에서 정치적 법적 차원 만이 아니라 학술
적 문화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관심의 눈초리는 더
욱 뜨겁다. 문제의 구조는 복잡하다. 남북한간의 계약이라는 점에서는
통일원이 간여할 문제고, 책의 판매 허용여부는 출판자유와 관련된 문
화체육부 관할이며 북한의 원전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법부가 국가보안
법 저촉여부를 가려야 한다. 60년대부터 번역작업 현재 상태에서
먼저 나서야 할 기관은 문화체육부. 일단 책이 출간돼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화체육부가 이 책의 판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문화체육부쪽은 8일 현재 이
문제를 심각히 검토만 하고 있을 뿐 아직 방침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
는 상태다. 신현웅어문출판국장은 " 이조실록 문제는 남북한 교류의
선례가 될 매우 중요한 문제로 한 부처가 아니라 우리정부 차원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현재 관계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상태"라
고 말했다. 정부가 심각히 고려하는 부분은 북한의 개인이나 단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지에 대한 것과 번역서에 대해 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 계약성립에 대한 판단은 북한에 대한 헌법의 해
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며, 번역자의 번역태도에 대한 판단 역시 복
잡하기 짝이 없는 문제다. 사회주의적 번역 이 보안법으로 처벌할만큼
원전을 왜곡했는지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판 이조실록
을 검토한 한 한학자는 "모든 인민을 위한다는 사회주의적 이념에 따라
완전히 한글로 풀어낸 것으로 옛날 이야기를 하는 형식"이며 "학자들
의 연구용으로는 적합지 못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이 관문을
통과해 책이 무사히 팔린다고 해도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계약 이행
을 위해서는 저작권료가 북한에 건네져야 하는데, 현행법으로는 불가능하
기 때문. 따라서 출판사로서는 책을 팔고도 본의 아니게 돈을 떼어
(?) 먹을 수 밖에 없다. "연구용으로 부적합" 현재 남북한간의
저작권 보호문제는 지난해 고위급회담에서 저작권을 상호 인정한다 는
대원칙에는 합의가 됐지만 이 원칙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단은 전혀
진전된 것이 없다. 이 부분에 대한 통일원의 방침은 명확하다. 책 판
매 여부와 상관없이 돈을 북한으로 송금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측은 현실적으로 돈을 전달할 수 있을 때까지
출판사측에서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작권료를 적립하기로 했다.이 문
제는 북한의 저작권을 인정하느냐 여부와 관련돼 있는 미묘한 성격을 갖
고 있다. 만약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나 책을 찍어낼 수 있
고 실제로 한 출판사에서는 이 책을 무조건 출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