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재 일본특파원들에게만 초청장이 우송됐다. 아시아의 미래를 주
제로 한-일간 심포지엄을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니 보도해달라는
내용. 발표자중 어떤 이름이 후각을 자극했다. 일본의 우익평론가
가세 히데아키(가뢰영명)씨. 최근 일본에서 악의적으로 혐한감정을 부추
겨 한-일 양국간에 논란이 되고있는 추한 한국인 이라는 책의 진짜
필자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서울땅까지 밟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서울의 심장부를 뛰어든 영웅 적 행위를 일본에
알리려는 것이었는지 모른다. 행사장의 정면에는 미래회의 한일
.일한 라는 순 일본어로 쓴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일
본의 잔치판이라는 것을 가세씨는 연설에서 확인해주었다. 그는 "한국이
일본에 대해 좀 비뚤어진 관점을 갖고 있어 양국의 친밀한 관계가 어
렵다"며 유감스럽다는 식으로 나왔다. 그러면서 "일본의 한국통치가 나
빴는가"라고 묻고, "과거를 감정에 앞서 객관적으로 봐야한다"고 충고
했다. 능란한 화술가답게 서두에는 "일본도 잘못이 있었습니다만 "이라
는 토를 꼭 달았다. "2차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제국주의란 좋은
표현이었다. 그래서 빌딩에 엠파이어(제국)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했던
게 아닌가.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이 그랬던 것과는 달리 한국을 위해
중공업을 일으키고 항구나 항만, 철도를 건설해 주었다. 이런 진지한
노력을 평가해 주어야 한다. "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는 과거와 화
해해 달라"는 주문으로 그가 연설을 맺자, 장내는 박수 소리가 터져나
왔다. 물론 참석자의 절반가량 차지한 일본인이 그랬을 것이다. 마음
깊이 감복한 것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한국인 참석자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 순서의 한국측 연사인 모대학교수는 어떤 식으로든 반
응을 보여야했을 것이다. "어떤 모임인줄 모르고 나왔는데 대단히 중요
한 자리인 것같다" 는게 첫마디였다. 그런뒤 그는 가세씨의 연설
에 대해 친절한 해설을 해주었다. "반일이 애국자로 치부되는 세
상은 지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일관계는 대립과 반목을 지양해
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단체는 한-일심화회(심화회
).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으로 풀이되는 이 모임은 일본
의 우익 지식인그룹에 의해 81년 결성됐다. 5년뒤 한국의 기업가,
정치인중에서 이 명칭을 그대로 본떠 한국심화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가
세씨는 일본심화회의 고문이다. 행사장 분위기는 일본인 참석자들에게
성숙한 한-일관계에 일조했다는 뿌듯한 심정을 갖게 했을 것이다. 가세
씨 등 한-일 심화회 회원들은 행사를 마친 다음날인 8일 독립기념관
근처의 모 골프장에서 오전나절을 즐겼다. 최보식.문화1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