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첨단 기술의 꽃 HDTV(고선명텔레비전) 개발 전쟁에 뛰어들
었다. 돋보이는 하이테크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력이 있을 턱도
없다. 신세대 TV를 생산할만한 숙련 노동력이나 공장설비가 거의 없
는 중국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인민공화국수립 50주년이 되는 오는
99년 HDTV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
일리가 23일 보도했다. 이미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HDTV분야 연
구를 해왔고 금년말에는 HDTV방송을 전담할 국립연구센터를 발족할 계
획이라는 것. 중국의 HDTV 개발 움직임은 이달초 과학기술 위원회
주최로 열린 HDTV 세미나에서 이미 감지됐다. 참가국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북경에다가 아시아 전자업계의 선배국가를 모두
불러들인 셈이다. 난데없는 세미나에 한국은 정부 연구소 업체대표 1
6명을 대거 참석시켰다. 그 배경은 바로 거대한 중국의 시장때문이다.
당시 북경세미나에 참석했던 한국 전문가들은 겁먹은 반응이었다."중국은
대만과 이미 HDTV에 관한 기술협력및 개발체제를 구축해놓은 듯하다
." 중국민족의 연합함대 가 편성됐다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벌써
현실로 나타났다. 중국 전자공업부는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이 통일된
HDTV 시스템을 보유토록 하자고 촉구했다고 차이나 데일리는 전했다
.중국인에 대한 공포증은 한층 발전한다. "중국은 2단계로 막대한 시
장을 발판으로 한국및 일본과 기술협력을 추진한다. 나아가 범아시아 H
DTV 규격제정을 노린다. 중국은 기술과 자본없이 시장만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사실이라면 실로 가증스런 시나리오이다. 현
재 HDTV는 두가지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아날로그
식이고, 미국은 디지털식이다. 강대국이 서로 다른 제품을 개발하고 있
기 때문에 중국은 시장을 무기로 배짱을 내밀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래서 상상력을 좀더 발휘하면 중국의 책략이 더 무서워진다. "중국
의 최종 목표는 거대시장 중국과 첨단 기술국 일본이 손을 잡고, 범아
시아 HDTV 규격을 만들어 미국과 HDTV 기술과 시장을 놓고 세
기말 협상 을 벌이려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일본은 세미나에 정식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NHK, 도시바같은 회사가 기술자만을 참석
시켰다. 연일 시험방송까지 하고 있는 선두주자로서 중국의 전략을 황당
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은 4개국 HDTV 세미나 두번째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한국을 유혹하는 손짓같다. 이
지훈.경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