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일이 있어 택시를 탔더니 사람 좋아 보이는 운전기사가 "아저씨
, 노래 한 곡 감상해 보실라요?"란다. "좋지요"했더니, 들려준 게
신신애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짜가 어쩌고 하는 노래다. 운전기사는
운전대에 까딱까딱 손가락장단까지 맞추며 "이 노래 어쩌요. 요즘
뒤집어 놓은 판속을 보니께 ." 허두를 그렇게 빼낸 것이었는데 핵심
인즉 재산공개에 따른 화제였다. 다 알다시피 고위층에 해당하는 인물
들의 재산공개 파문이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다. 그들 가운데 상당
수가 수상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재산과 관련하여 학창시절에
들었던 노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재산의 법률적 정의는 금전상의
가치가 있는 유형 무형의 것 일체를 가리키는 것인데, 과거에는 유형의
물질에 치중했으나, 근대에는 무형의 정보가 보다 재산으로 가치가 있
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컴퓨터시대의 한 특징으로 설명하셨던 것으
로 기억된다. 그때 나는 정보라는 말을 지적 가치 정도로 해석했었다
. 그런데 이번 재산공개에서 문제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나의 그런 해
석은 참 허망하다는 생각이다. 무슨 계획을 세우거나, 실무를 담당하거
나, 법을 다루고 만드는 사람들 중에 직책상 자신이 접근할 수 있었던
기밀 이나 권력 을 정보로 활용해 부당하게 물질적 재산을 축적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니 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정권
이 바뀔 때마다 전직 고위층인사의 부조리나 재산이 말썽의 대상이 안된
때가 없었다. 추악한 반복이다. 공직자나 지도층 인사가 물질적 부
보다 청빈을 자랑으로 여겨온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명쾌
하게 인식하는 마지막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언제까지 짜가 에 깃든
시니컬한 풍자에 우리들이 손가락 장단을 치며 허탈해 해야 할 것인가
. 광주숭일중교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