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테랑대통령이 여의도 국회에서 연설을 하고 대전 엑스포를 둘러보고
있었던 15일 프랑스 언론들은 이날을 검은 수요일 이라고 불렀다.파
리시는 기업 감원과 농민 시위 등으로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하루였다.이
나라의 날개 라고 할 수 있는 에어 프랑스 항공사가 누적되는
재정적자와 불황을 견디다 못해 내년말까지 4천명을 감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 더욱이 이것은 4년 동안 모두 8천6백명의 자리를 줄이
겠다는 원대한 계획중 일부이고, 물론 목이 붙어 있는 사람들의 봉
급은 전면 동결이다.에어 프랑스는 또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30개 노선과 15개 중간기항지를 폐쇄했다. 이 회사는 작년 적자만
32억 프랑, 금년 예상적자가 55억 프랑에 육박하고 있다.이와 비슷
한 시각. 프랑스의 현대 에 해당하는 푸조-시트로엔 자동차사도
2천명을 더 감원할 것이라는 보도가 전해졌다. 푸조는 이미 내년까지
2천5백47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고, 이날은 추가분 발
표였다. 푸조의 금년 상반기 판매 감소율은 무려 24%를 상회, 이
부문에서 유럽지역 랭킹 1위다.마치 대통령이 엘리제궁을 비우기라도 기
다렸다는 듯이 슬픈 뉴스들 은 줄을 이었다. 이날은 두 회사 말고도
뷜 사, SNECMA 등 프랑스의 기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굴지의 기업들이 감원을 발표했다. 유명도가 낮은 회사는 뉴스가 되지도
못했다.프랑스의 AFP 통신은 이날 하루에만 발표된 나라 전체의 감
원 규모가 모두 9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통계를 내고, 제목을 검은
수요일 로 달았다. 지금부터는 추가 발표가 없다고 가정해도, 95년
말까지 이 나라에서 봉급생활자 1만6천여명이 거리로 내몰릴 판이다.
엎친데 덮치는 격으로 이날 오전부터 프랑스 농민들은 이 검은 파리
를 봉쇄했다. 농민들은 각종 중장비와 농기계를 동원, A10, A1
3, A6, A4등 파리행 4개 고속도로와 주요 국도등 모두 20개
거점 을 틀어 막았다.이번 시위는 예고된 것으로 우루과이 라운드의
농산물협상에 대한 예비협정을 무효화하라는 압력이었다. 그러나 사태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파리 근교에서 도심까지 수월하게 달려지는 길
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농민들의 도로 봉쇄 시위는 익숙한 행사이
기 때문이었다.사실 이 나라의 주된 관심은 중동에 가있다. 실업과 시
위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에 간 사회
당 대통령이 차라리 한가한 느낌이다. 김광일.파리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