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법원에는 보석이 불가능한 구속 피의자에 대한 보석청구
가 유행하고 있다. 검찰이 최근 주요참고인 진술등 일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제한하자, 변호사들이 수사기록을 보기위한 방편으로 보석청구
를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보석 청구가 아니라, 기록 보
석 청구인 셈이다. 박철언 이건개 김문기 천기호 배종렬 이인섭 옥
기진씨 등 사정바람으로 된서리를 맞은 전직 고위인사의 변호사들도 이
기록 보석 을 청구해 놓고 있다. 일단 보석을 청구하면 기록이 법원
으로 넘어오게 되고 법원에서는 기록의 열람등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한 것이다. 물론 공판 준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 지난달 16
일과 지난 6일 각각 보석을 청구한 박철언의원(51)과 이건개전대전고
검장(52)경우가 그 대표적인 사례. 박의원의 변호인인 곽동헌변호사는
"보석허가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기록을 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같은 제한 조치는 판사가 재판전에 선입견이나 예단
을 갖지 않도록 수사기록을 검사가 법정에서 직접 제출토록 하고있는 형
사소송법에 근거한 것. 공안사건의 경우 이 원칙이 비교적 지켜져왔다.
그러나 기록열람 제한조치로 필요없는 보석신청이 늘자 재판부는 일거
리만 늘어나 골머리를 앓고있다. 또 첫 공판에 들어간 변호사들이 기록
을 못봤다며 변론연기를 신청, 재판을 지연시키는 또다른 부작용도 생기
고 있다. 이문재변호사는 "구속영장의 열람등사마저 제한해 피고인이 무
엇때문에 구속됐는지 조차 모를 형편"이라며 "이는 피고인의 방어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법 이장호판사는 "검찰의 기
록열람 제한조치는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어 보이지만 피고인의 방어권보호
차원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시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