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터지고 있는 잇단 군 기밀 유출사건은 그동안 철옹성처럼 일반에
비쳐졌던 군의 보안체제가 실제로는 허점 투성이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군 관계의 웬만한 사항은 군사기밀보호법에
의해 철저히 통제돼 왔기 때문에 일반은 우리 군의 보안체제가 다른 어
느 나라보다도 완벽한 것으로 알고 또 믿어왔다. 그러기에 이번에 드러
난 일기자 사건과 군기밀 스위스 유출사건은 더욱 충격적이다. 일기자
사건의 경우는 우리 군의 보안체제가 얼마나 허술했던가를 단적으로 보
여주는 사례다. 주한 외국 특파원 가운데 처음으로 우리 검찰에 의해
구속되는 기록을 남기기도한 문제의 일기자는 90년 5월부터 3년동안이
나 국방정보본부 소속 소령으로부터 2급 및 3급 군사기밀 14건을 포
함, 총 50건의 주요 군사정보를 빼냈으며 이중 27건은 일본대사관
무관을 통해 유출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 보안당국은 그
동안 뭘 했느냐는 물음에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고소령이 그 많은 기
밀 문건을 그토록 장기간에 걸쳐 계속 빼돌렸음에도 이른바 정보본부
라는 곳에서 아무런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는 것부터가 해괴한 일이다.
적어도 군의 핵심 기밀을 취급하는 곳이라면 취급자를 배치하고 감시함에
있어 여느 부대의 몇배 노력을 기울였어야 옳다. 군비통제 기본계획
한국 육군사단 배치현황 공군 항공기 전력배치 현황 등 군사
방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기밀사항이 단순히 고소령에
의해 유출됐을뿐 아니라 일기자는 이를 근거로 한국 국방관계 기사도 여
러차례 보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무사 등 군 보안당국이 그
기자가 기밀사항까지 포함된 기사를 작성해 보도한 내용을 눈여겨 보고
이를 역추적했더라면, 그리고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고소령이 일기자와 가
깝게 지내는 것을 일단 의심하고 경계했더라면 3년 동안이나 군 기밀이
그대로 유출되는 불상사는 적어도 중간에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위스지의 보도건은 우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 공군이 훈련기용으
로 도입을 검토중인 스위스사의 제품에 무장가능성을 타진하는 내용의 2
급 비밀서류가 팩시밀리를 통해 한국에서 영국 런던으로, 런던에서 다시
스위스로 넘어가 신문에 이 사실이 그대로 보도된 것만 해도 그렇다.
한마디로 보안 무방비 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스위스지에
보도된 날짜가 지난 3월 30일로 1백일도 넘는다. 우리 국방 당국이
그것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것도 심각히 반성해 볼 일이다. 한국은 진
정 염탐꾼들의 천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