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공간 헤매는 낭만적 산문시풍/ 지상에서 /어두운 내면속 삶
의근원 비밀 고백/ 꿈속의 /폭력적 현실 넘은 자기확대의 상상력/
호랑가시 대구 근거 활발한활동 이씨 성을 가진 대구의 시인 3
명이 나란히 시집을 펴냈다. 80년대부터 시의 도시 로 일컬어지고
있는 대구의 시단을 이끌고 있는 이기철 이태수 이성복씨가 문학과 지성
사에서 신작 시집을 선보여 문단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기철씨는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를, 이태수씨는 꿈속의 사닥다리 를, 이
성복씨는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을 각각 상재(상재)했다. 이 시인들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로 평가받아왔다
. 특히 이 세권의 시집들은 각자의 개성에도 불구하고 포스트 모던풍의
실험시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서정시의 어법으로 자아 성찰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공통점을 지닌다.이기철씨의 지상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 는
활달한 산문시풍으로 자연의 공간을 헤매는 방랑의 시학을 통해 지상
에서의 삶 을 노래하는 자아를 풀어놓는다. 그 노래를 통해 자아는 자
연의 사물들과 교감하면서 확대된다. 이태수씨의 꿈속의 사닥다리 는
간결체의 고백투로 몽상 속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자아의 내부를
탐색한다. 이성복씨의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도 자아의 내부로 하강하
지만 시적 환상을 통해 자아를 초월하는 자아확대의 상상력을 펼쳐보인다
. 예를 들면 지상에서 는 세상은 이름으로 가득하고 비애는
썩지 않고 햇빛을 부른다 땅 위의 이름을 사랑하네 등의 수록된 시
의 제목들만을 봐도 대지적 상상력 의 생동감을 짙게 풍긴다. 시인
은 새들은 펄럭이는 언어를 갖고 있다/갈망이 펄럭이기 때문이다 라는
투의 시행들을 통해 만물과 교감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어법은
낭만적이지만, 지상의 뿌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는점에서 탈현실적 낭만주
의와 다르다. 꿈속의 사닥다리 에서 시인은 마음은 뿌리를 타고 내려
간다 는 투의 진술을 자주 내비친다. 시인은 일상 속에서 그 뿌리가
흔들리는 것에 현기증을 느끼지만, 자아의 은밀한 곳에서는 그 뿌리를
타고 오르는 꿈을 꾼다. 어두운 내면 속에서 삶의 밝은 꽃 을 피우
려는 시인의 상상력은 식물적이다. 과장된 수사를 절제하면서 생각을
자꾸만 내려놓는 시인의 마음을 통해 삶의 근원에 숨어있는 비밀이 서
서히 인화된다.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을 펴낸 이성복씨는 역시 꿈은
서럽고 삶은 폭력적이다 고 말한다. 그 폭력적 현실 속에서 시인은
마로니에 나무 그늘 밑, 유리창 격자의 그림자,열어제친 커튼 뒤에서
쏟아지는 햇빛 등 사소한 자연현상에 마음을 빼앗긴다. 심지어 그는
비오는 차 안에서/음악을 들으면/누군가 내 삶을/대신 살고 있다는 느
낌 을 통해 자기에 대한 이질감을 체험한다. 그 이질감은 삶의 근원에
있는 아름다움을 잃어버린 자아의 상실감이다. 시인의 일상 속의 자아
와 객관적 사물들에 배어있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감각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는 시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명의 시
인은 모두 대구라는 도시의 공간 속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새
로운 내면 탐구를 통해 도시적 삶의 삭막함과 건조함을 넘어서 자아와
세계가 만나는 풍요로운 꿈을 꾸고 있다. 이같은 시적 방향은 이념지향
의 민중시나, 젊은 세대의 도시적 감수성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90년대
한국시의 경향을 대표적으로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권의 시집
은 평론가 최동호씨가 말하는 정신주의 혹은 황현산씨가 말하는 신
내면주의 등의 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박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