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주인은 누구일까. 환경처가 주관하는 자연생태계 조사팀의 일원
으로 15일부터 사흘간 강원도 홍천군계방산(1,577m)을 찾은 이유
는 이 질문에대한 해답을 얻기위해서였다. 밤에 주로 활동하며 달팽이나
지렁이를 먹고사는 딱정벌레, 야생화의 꽃가루를 찾아다니는 하늘소,
등이 꼽추처럼 굽었다고 해서 꼽추등에로 불리는 콩알만한 곤충들 . 파
브르곤충기에서나 본듯한 이런 수십가지의 곤충들은 조사단이 한발자국씩
내디딜때마다 쉽게 발견되는 숲속의 토박이 들이다. 따뜻한 바위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인기척에 놀라 쏜살같이 숲으로 몸을 숨긴 까치
살모사. 쉴새없이 번갈아가며 새끼들에게 먹이를 물어다주는 오색딱다구리
부부. 하마터면 발끝에 채일뻔한 물두꺼비. 몸을 가누기 어려울정도로
알을 잔뜩 밴 도마뱀. 이들은 모두 어느새 백과사전에나 남아있을정도
로 숲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희귀생물들이다. 또 줄기를 자르면 노란
똥같은 물질이 나와 애기똥풀이라고 이름 지어진 풀. 바위에 찰싹 달라
붙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바위떡풀. 자라면서 잎이 점차로 커져 우
산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도깨비부채. 손톱만한 노란 꽃잎을 자랑하는
미나리 아재비. 하늘로 치솟은 아름드리 주목들. 정력제로 알려져 너
나없이 채취해 서울 근교산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가시오갈피. 우연히 숯
장수들의 눈을 피해 3백년 살아 있는 피나무 . 식물분류 전문가인 이
우철강원대교수가 이틀간 확인한 것만도 4백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들이
수백년간 계방산을 지키고 있었다. 이들 동식물의 공통점은 모두 사람의
눈을 피해 산다는 것이다. 다행히 등산로에서 벗어났고 아스팔트도로에
서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지금껏 생명을 유지하게 된 행운아 인 셈이
다. 그러나 취재중 만나본 계방산 인근의 주민들은 이 지역이 조만간
엄청난 돈과 사람들을 끌어 올 수 있는 보고가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스키장을 개발할 예정이란 것이다. 소문의
진위는 확인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민들의 숙원처럼
계방산이 개발될 경우 동식물들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안식처 한가운데로 도로가 생기고 공사차량이 꼬리를 물고 . 계방산의
주인이 바뀌게 될 것이다. 그땐 아마 숲속의 친구들 눈에는 인간
이 자연의 주인이라기 보다는 점령자 로 남게 될 것이다. 김성구.수
도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