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한달간에 걸쳐 남북간에 총리명의의 전화통지문이 마치 탁구공이 오
가듯이 교환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우리측의 첫 제의이후 15일 오
후 북측이 보낸 것까지 합치면 전통문 횟수는 모두 11차례. 그러나
아직 남북대좌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양상이 우리 입장에서 볼때 우스꽝스럽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 우리측은 회담형식은 물론 의제에서도 핵문제를 의제로 명시하지 않는
다는 선까지 물러섰으나 북측은 15일의 전통문에서도 기존입장인 특사교
환만을 위한 실무접촉을 고수하고 있다. 또 우리측은 14일 "북한의
명백한 거부의사가 없으면 북측이 지정한 15일의 판문점접촉에 나갈 것
"이라고 까지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북측은 이에대한 답장에
서 그들이 얼마나 여유가 있다는 심정을 십분 보여주었다. 미국과의
공동성명 내용을 적시하면서 "핵문제의 해결없이는 다른 것을 협의할수
없다는 남측의 논리는 시기적으로 낡은 논리"라고 비꼬았다. 접촉일시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10일후인 24일로 지정했다. 마치 우리는 대화를
애걸 하는 식이고, 북측은 급할 것 없다 면서 느긋해하는 모습인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우리측이 대화의 목적,
원칙 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혼선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
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안이 채택된 후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일면 타당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북한과 미국간의 접촉결과
를 보고 제의해도 늦지 않는다는 반대견해도 있었으나 북한의 핵문제가
우리의 손을 떠난 국제문제 로 다루어지는 것을 방관만 할 수 없었는
데다 명분축적 등의 효용이 있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당시,아니면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형식으로 특사교환을 제의해온 후 우리의 확고한
대화원칙이 있었느냐의 여부다.물론 원칙도 상황에 따라 바뀔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동안 보여준 대응방식은 농밀한 토론을 거쳐 앞을 내
다보는 방향으로 원칙을 수정한다기 보다는 임시방편적인 대응책에 급급
했다는 인상이다. 회담형식이나 의제조정에서 양보 를 할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특사교환을 통한 핵문제 해결이라는 북한의 분명한 의
사표시에 대한 분명한 우리의 입장이 선행됐어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를 간과하고 대화성사 에만 지나치게 신경을 쓴 결과가 지금과 같은
양상을 초래했다는 생각이다. 막연히 대화에만 매달리는 자세 에서 벗
어나 이제라도 확고한 원칙을 세울 시점이라고 본다. 안희창.북한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