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아빠 뜻이겠지요"/75년 결성 회원 19명 시설찾아 봉사
/외로운 환자엔 책 읽어주며 말동무 이화여대생들의 동아리 호우회
회원들이 6일 현충일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다가, 또는 전쟁터에서 산화하거나 상처를 입은 국가유공자
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간에 조국 , 애국심 , 전
쟁 이란 단어를 진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으나
호우회원들은 직접 자신의 부모가 당한 아픔을 지켜보며 자랐기에 해마
다 6월이 오면 마음 한구석에 숙연한 감정을 간직하게 된다. 어린시절
겪었을 불행과 좌절을 딛고 이제는 당당히 명문대에 재학중인 이들의
마음을 더욱 뿌듯하게 하는것은,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75년 결성된 호우회 현재회원은 19명. 그동안 졸업
한 회원도 약2백여명에이른다. 회원들은 틈만나면 교대로 장애인시설을
찾아 공부도 가르치고 말벗, 심부름꾼 역할도 해주고있다. 월남전에서
아버지가 부상당한 김양원양(20.도서관2년)은 "회원 아버지중 상이용
사가 많아 자연스럽게 장애인문제에 관심을 갖게됐다"고 설명했다. 할
아버지가 독립운동가인 김지연양(18.법학1년). 아빠 에 대한 얘기
를 한사코 거절하는 김정숙양(20.국문2년). 그들은 4일 오후 이대
교문을 빠져나와 동대문구 용답동 새날도서방으로 갔다. 새날도서방은 전
국의 장애인들에게 책을 거저 빌려주는 곳. 이날 두 김양의 임무
는 어릴때 소아마비를 앓아 거동이 불편해 종일 혼자 집에 누워있는 박
정규씨(33.중구 신당동)에게 책을 배달해주고 말동무가 돼 주는 것이
다. "정숙이가 또 왔네." 박씨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쓴 시를
자랑스레 읽었다. 국문학도 김양은 "싯구가 참 마음에 들어요 "라며
비평 했고 박씨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미 여러차례 박씨 집에 왔던
정숙양은 물론 처음 박씨를 만난 지연양도 금방 친해져 박씨에게 세상
얘기를 전해줬고, 유머를 좋아하는 박씨가 우스갯소리로 그들을 웃겼다.
김정숙양은 "매주 하는 일이지만 남을 돕는다는 일이 늘 뿌듯하다"
고 했다. 아버지가 없거나 부상당한 상이용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
결코 유쾌할 리 없는 20살 전후의 여성들. 자칫 예민해지거나 마음
의 그늘도 생길 수 있지만 어려운 처지의 남을 돕고 이해함으로써 스스
로의 마음을 넓혀가고 있었다. 임형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