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여 실-가명 은행계좌 추적결과에 좌우 슬롯머신업계 비리에 대한
검찰수사는 끝난 것인가. 검찰은 지난달 29일 검찰 내부 비호세력
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할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수사가 계속되는 것인지 사실상 종결된 것인지 아리송한 상
태이다. 서울지검 유류창종강력부장은 4일 "현재까지 수사결과로 조직
폭력배들에 대한 자금원 차단효과와 사회 각계의 대표적인 비호세력 척결
이 이뤄졌다"고 자평한 뒤 "그러나 슬롯머신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덕진-덕일 형제에 대한
조사와 이들 형제의 은행계좌 추적은 계속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아
직까지 거물 비호세력의 범죄혐의가 드러나는 등 발표할만한 내용이 없을
뿐이라고 했다.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면 눈에 띄게 진척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검찰은 이에 대해 정씨 형제가 관련 혐의자에
대한 진술을 더이상 거부하고 있고, 계좌를 통한 자금흐름 추적은 수사
성격상 장기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수사관계자에
따르면 정씨 형제 중 형 덕진씨는 처음부터 "나는 밀대 가 되지 않
겠다"며 소극적인 진술로 일관해 왔다. 정씨가 말한 밀대 란 적극적
인 고발자를 뜻한다. 정씨는 홍준표검사의 설득으로 입을 열었지만 관
련자의 범죄혐의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주로 암시(암시) 등을 통해
관련자의 혐의를 제시했고,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한 확인을 해주는 정
도였다고 수사관계자들은 전했다. 검찰 수사팀은 정씨에게 새로운 진술
을 기대하지 않고 있는 눈치이다. 동생 덕일씨의 경우는 더욱 어려운
상황. 수사에 협조하면 선처하겠다 는 수사팀의 조건을 받아들여 지
난달 19일 자진출두한 것으로 알려진 덕일씨는 박철언의원과 이건개고검
장에 대한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그러나 자진출두 직후부터 언론에서
는 덕일씨의 불구속 방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었다. 수사팀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덕일씨의 불구속방침은 최종 결정됐지만 덕일씨측은 더이상
입을 열면 열수록 상황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 추
가 관련자에 대한 진술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검찰 수사팀도
덕일씨를 닥달할 입장이 아니다. 그럴 염려는 없다고는 하지만 만의
하나 덕일씨가 법정에서 박의원이나 이전고검장에 대한 그동안의 진술을
번복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팀은 이에따라 계좌추적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
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실-가명은행계좌 3백
여개를 추적한 결과 건설업자, 영화계 인사, 하위직 공무원 등 10여
명의 실명이 나오긴 했지만 액수가 미미하거나 비호의 대가라기보다는 정
상적인 부동산거래 등 거래성 자금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의 슬롯머신 수사는 이미 장기체제로 돌입했고 그 성과는 정씨 형제의
진술보다는 수표추적의 결과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웅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