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클린턴대통령의 미육사졸업식 연설을 앞두고 백악관에서는
걱정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병역기피시비가 따라다녀 온데다, 잇단 국
방예산감축발언과 동성연애자 복무허용문제 등으로 군부와의 마찰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지난주에는 LA공항에서 전용기를 세워놓고
값비싼 머리단장을 했던 소동이 내내 언론에 오르내렸기 때문에 사관생도
들의 반응이 굳어있을 것이란 걱정들이었다. 그러나 클린턴이 연설을
시작하자 연병장의 분위기는 부드러워졌다. "생도여러분들은 최고수준의
훈련을 이겨냈습니다. 학업과 전투훈련에서 모두 최고기록들을 달성했
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순간 바로 여러분의 헤어스타일에 대단히 감명
받고 있습니다. " 자신의 헤어스타일시비를 소재로한 유머로 연설이
시작되자 식장에서는 박수환호가 터져나왔다. 자신의 실수를 시인하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일전시킨 클린턴은 "강한경제가 있어야 강한군대가 유
지될 수 있다"며 자신의 정책을 강조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를
받았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공식석상에서 유머를 사용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레이건은 지역분쟁으로 골머리를 썩일 당시 기자회견에서
"람보(일당백의 특수전영화 주인공)라도 급파해야겠다"고 말해 세계적
인 유머기사를 타전케한 적이 있고, 케네디는 흐루시초프가 달고 있던
레닌평화훈장을 보고 "귀하가 그것(평화)을 지키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조크하는 여유를 보였었다. 이처럼 미국등 서방사회에서의 유머는 굳은
분위기를 부드럽게할 뿐 아니라 어려운 메시지를 부드럽게 전하는 역할
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유머감각이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작용한다. 신입사원 인터뷰나 데이
트상대를 구하는 데서도 유머감각이 있는 젊은이들이 후한 점수를 받곤
한다. 기업이나 외교가에서의 인사연설이나 축사같은 데는 한두마디 유
머가 끼지 않는 경우가 드물 정도다. 얼마전 한국관광공사가 마련한
한국관광의 밤 행사에서는 관광홍보인지 안보공약인지 모를 듯한 연설이
있었다. 뉴욕 관광업계의 인사들이 모두 초청된 호텔연설에서 시종 굳
은 표정의 한국측 대표연설은 관광세일즈라기 보다는 관광당국의 실적보고
같은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동서양의 차이에 따
라 유머감각도 다를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외국
인을 상대하는 분야에 있는 사람들은 유머감각의 국제화도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김승영.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