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생명공학 등 다양한 소재도 "흥미" 누가 나의 치부를 소
재로 소설을 쓴다면, 혹시 누가 내 자신이 애써 외면하고 싶은 자랑스
럽지 못한 현실을 백일하에 낱낱이 드러내려 한다면 . 독자 추리력
자극 로빈 쿡의 소설들은 절묘한 가공의 현실성으로 의료계와 의료인들
이 처할수 있는 현실적인 유혹과 윤리적으로 억압된 인간적인 잠재적 욕
망, 그리고 환자의 입장이 되면 항시 경험하게 되어있는 불안감의 일각
을 소재로 다룸으로써 독자들의 한 부분을 형성하는 의료인들에게는 전술
한 그런 무의식적 두려움이 섞인 서스펜스를, 또 다른 부분을 구성하는
잠재적 환자들에게는 경악과 충격, 분노와 카타르시스가 어우러진 흥미
를 제공한다. 그의 소설들이 독자들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이유로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형언키 어려운 묘한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가 선택한 의료, 의료인, 의료계 라는 소
재가 독자들이 이전까지는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하고 믿어왔던 신뢰의
보루 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러한 전통적인 신뢰에 대해 그 타당
성을 새로이 의심하게 만드는, 즉 믿고 건너는 돌다리가 언제건 무너져
내릴 수 있으며, 가장 믿어왔던 측근이 언제건 부르투스가 될 수 있
다는, 두려운 심리적 무력감을 유발시킨다. 이 요소들이 독자들의 추리
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딱딱한 용어 쉽게 그 자신 안-이과전문의인 작가 로빈 쿡은 의사의
눈에 비치는 의료계의 첨예한 문제점들과 대중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는
최첨단 의료분야를 소재로 삼아 전문적인 의학지식들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의료인이 아닌 사람, 심지어는 그 특정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동료 의
사들 조차도 감히 간파해 내지못할 교묘하고 기발한 복선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교하고 기술적인 전개양식으
로 말미암아 독자들은 그가 구사하는 난해하고 일견 딱딱한 전문용어들로
식상해 버리기는 커녕 그를 따라 하나 하나 새로운 것들을 배워 나간
다. 그리하여 책의 끝머리에 가서는 평범한 독자를 전문가의 식견으로
나름대로 추리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것은 그의 소설의 또하나
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는 항상 의과대학 학생이나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에 노출된 비전문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음으로써 이같은 독
자 교육 의 목적을 달성해낸다. 이러한 방식은 의료정보나 의학지식에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독자들에게 흰 커튼에 가리워져 있던 병
원이나 의료행위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일부나마 풀어 줄 수 있는 기회
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는 주인공들을 앞세워 미지의 의료분
야로 뛰어듦으로써 주인공들을 좌절, 실망시키는 그 분야의 고루한 관행
, 편견, 구조적인 부조리나 비리들을 노출시키며 주인공들이 역경을 헤
치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대안이며 이상적인 해
결 방안들을 제시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항상 고루할 정도로 고집스러운
이상주의자들로 앞을 막아서는 모진 현실과 위협에도 불구, 온갖 모험
을 겪으며 정의를 추구, 결국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그는 탁월한 재능으로, 자칫하면 지루하고 딱딱
해지기 십상인 소재들과 플롯을 흥미진진하고 박진감 넘치게 구성해 독자
들을 즐겁게 해준다. 가공의 현실 일뿐 그가 다루어 온 분야는
장기이식(코마), 첨단과학진단장비(브레인), 새로운 치료방법(열),
환경오염(열), 인공수정(바이탈 사인), 의료윤리(죽음의 신) 까지
몹시도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소재를 놓고 자신의 지식은 물론 다른
의료분야의 전문적인 조언하에서 의사가 아니고서는 공략하기가 거의 불
가능에 가까운 최첨단 분야들에 대한 훌륭한 작품들을 계속 발표, 흥미
는 물론이요, 의료계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독자로서, 또
그리고 의사로서, 그의 재능이 감탄스럽고 부럽게 느껴지며, 비단 의
료 라는 분야를 대상으로 했다는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로서 그의 책들을 권하고 싶다. 아울러 의사이며 작가인 그의 소설
들이 그 일부는 역시 의사인 역자들에 의해 번역됨으로써 더더욱 현실적
이고 생동감 넘치게 독자들에게 소개되었다는게 흥미롭다. 끝으로 한가
지를 첨언한다면 그의 작품들이 미국을 배경으로 씌어져 우리의 의료현실
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으며, 가공의 현실과 현실 사이에는 실제로 커다
란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 은 말 그대로 소설 임을
명심하고 읽어야 한다. 언젠가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국의 로빈 쿡이
등장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나를 포함, 그의 독자들 모두가 가진 희망
일 것이다. 여봉구 전문의.여봉구정형외과원장 *작품세계/의사 눈으로
본 의료현장 돈-권력 밀착 가상범죄 파헤쳐 일부 의사들에게
로빈 쿡은 밀고자 일지도 모른다. 콜럼비아대와 하버드대학원을 나온
의사이면서도 그 돈 잘버는 지식 을 보통사람들에게 낱낱이 공개한다.
그것도 모자라 의료계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부조리를 과장해서 까발긴
다. 쿡의 글은 무자비하다. 동료의사나 의료계에 대해 인정사정 두지
않고 파 들어간다. 그리고 소재는 매우 다양하다. 현대 의료과학이
이룬 성과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이 과학이 자칫 잘못 적용되는 경우의
악마적인 위험성 을 경고한다. 그의 본격 데뷔작인 코마 는 장
기이식을 소재로 했다. 병원은 장기장사 를 위해 증상이 가벼운 환자
를 코마(혼수상태)로 만든다. 코마환자의 장기는 비싼 값으로 국제밀매
조직을 통해 암거래 된다. 여기에는 돈에 눈먼 재단만 연루된 것이 아
니다. 의학의 발전에는 각고의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진보를 위해서는 제한된 법률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 필
요하다 고 믿는 광신적 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음모는 가능했다.
이 자본주의와 이상한 정신을 가진 의사는 쿡의 작품을 구성하는 두개의
큰 축이다. 의사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죽음의 신 .
주인공은 덕망높고 추앙받는 심장전문의. 그는 자신의 기술을 과신한 나
머지, 삶과 죽음의 판정까지 직접 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신념
으로 그는 자신보다 능력이 떨어지고 마약에 빠졌으며, 여자관계가 복잡
한 동료의사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그를 죽인다. 물론 이 사형집행은 있
을 수 있는 의료사고로 교묘하게 위장된다. 지적 우월주의가 현실에서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섬뜩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반대
로 바이탈 사인 과 열 같은 작품은 현대사회의 자본주의가 돈을
위해 의학을 악용하는 현장을 보여준다. 여기서 자본주의는 권력과도 밀
착한다. 브레인 의 경우로, 여기서는 인간의 뇌를 이용, 복합컴퓨터
를 만 들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뇌를 빼내는 범죄가 등장한다. 여기에
는 국가권력까지 검은 손으로 등장한다. 이런 상황은 육백만불의 사나
이 나 소머즈 등 초인첩보원을 등장 시킨 TV드라마에서 낙관적 으
로 그려지기도 했다. 이밖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최근작 터미널 은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암센터가 일본의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설정으로 현장
감을 높이고 있으며, 뮤테이션 은 최근 연구가 활발한 생명공학으로
태어난 천재소년의 반인간적인 악마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소설이
사실이 된다면 .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다. 쿡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의학지식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한 것쯤으로 생각해 두는
것이 건강을 위해 좋을 듯하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