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후 이와 비슷 곧 회복가능 클린턴 미 대통령이 지난주 밴쿠
버 미-러 정상회담에서 지적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에 대한 지
원이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대러 지원이 러시아의 방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아무
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에 적이 실망하고 있는 것 같다
. 극단적인 비관론자들은 러시아 장래에 대해 전혀 희망이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며,그런 러시아에 자유시장경제를 이식하기 위해 수십억 내지
수백억달러를 쏟아부을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현
상황은 물론 역사적으로 볼때 특수한 경우이다. 그렇지만 난국을 극복하
고 정상을 회복한 비근한 역사적 사례는 있다. 그 예가 제2차 세계대
전 직후의 이탈리아이다. 1945년 당시 이탈리아는 현재의 러시아처
럼 감당하기 어려운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경제는 붕괴직전인 상
태였고 화폐는 아무 쓸모가 없어 럭키스트라이크 라는 담배가 화폐의
교환가치를 대신하고 있을 정도였다. 단지 외국에서 제공되는 구호품으로
온 국민이 연명하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암거래시장은
정식시장으로 양성화됐고 산매상인들은 도매상으로,도매상들은 생산자로
변모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무솔리니시대의 유물인 국영산업분야는 개혁과
정을 거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며 부패한 양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기민
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구실만 했다. 럭키 스트라이크로 시작된 이탈
리아경제는 유럽의 빈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점차 그 규모가 커지면서 최
근에는 GNP가 프랑스나 영국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탈리아가 현
재 겪고 있는 부정부패 문제는 국제무대에서의 큰 이미지 손상을 가져왔
지만 이탈리아 국민들은 과거 붉은 여단 (Red Brigades)의
테러위협을 다스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게하고 있
으며,마피아와의 싸움에도 결연히 나서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는 전후
서방국가들중 가장 강력했던 공산당세력과 국영기업들의 병폐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체제를 고수하며 눈부신 생산경제를 이룩하는데 성공했다는 점
에서 주위의 경탄을 자아냈다. 러시아는 지금 전후 이탈리아의 첫 단
계에 직면해 있다. 럭키 스트라이크를 말보로 담배가 대신하고 있을 뿐
이다. 암시장이 만연하고 있지만 정식시장으로 발돋움하고 있고 5만여명
의 산매상들이 등장했다. 이들 산매상들은 곧 도매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결국엔 상품공급을 담당하는 생산계층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이와함께 러시아의 무궁무진한 자산도 자연히 생산활동에 유입될 것이다.
공산당시절의 잘못된 관리와 경영에도 불구하고 아직 막대한 양의 지하
자원과 석유,농업자원이 개발을 기다리고 있다. 또 고등교육을 받은 시
민과 고도의 기술능력을 가진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고를 자랑하는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이미 최첨단 무기를 생산해 왔고 이제는 그 기
술을 무기 대신 상품을 생산하는데 전용하기만 하면 된다. 잠재적인 소
비시장도 광대하다. 전화기를 예로 들어봤을 때 향후 10년간 러시아의
수요량은 자그마치 1억개가 넘는다. 이탈리아가 그토록 오랫동안 벗어
나기 위해 애를 썼던 온갖 병폐와 구습을 러시아는 벌써 탈피하고 있다
. 이미 상당수의 국영업체들을 민영화했고 옐친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서 큰 성과를 보인 농지사유화를 비롯한 농업생산 자유화를 적극
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구시대의 잔존세력들이 개혁에 제동을 걸고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험에서 보았듯 이들로 인해
다소간의 곡절은 있을지 몰라도 생산적인 자유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좌절되
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러시아는 이탈리아보다 훨씬 짧은 시간내에
자본경제를 구축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사회를 개혁할 가능성도 많
다. 제1차 세계대전후 승전 연합국들은 패전국들의 정체를 뒤바꾸고
국경을 임의로 변경시켰으며 전쟁배상금을 강요했다. 그 결과를 히틀러의
등장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후 미국을 위시한 승전
국들은 패전국들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흡수키로 작정했다. 그 결과는
일본과 독일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들의 출현이었다. 그렇지
만 미국이나 여타 국가들은 가공할 군사력을 보유한 적국보다는,골칫거리
이기는 하지만 일본과 같은 무역강국과 맞서는 것이 백번 낫다고 생각하
고 있다. 러시아도 똑같은 경우가 될수 있다. 서방국가들이 과거 막
강한 구 수련과 대치하면서 쏟아부었던 엄청난 재원의 일부만 투자하더라
도 러시아는 현재의 숱한 난관을 무난히 극복하고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일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