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포스트 모더니즘 등에도 영향 "기호학자들은 자신이 평생 하
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도 모른다."오늘날의 대표적인 기호학자 중 하나
인 시비오크의 말이다. 기호학의 창시자들은 의사전달 과 의미작용
의 과학을 꿈꾸었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나름대로 의미를 가
진다. 이 세상 모두가 대상이 되는 학문이 과연 성립될 수 있을까?
기호학은, 더 정확히 말하면 기호학이란 이름 아래 진행되는 지적 노
력들은 60년대 이후 수많은 논란과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발전해 나왔다
. 먼저 소쉬르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인간의 의사전달에 사용되는
의도적 비언어 기호체계가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한편으로는 자연언어와
그 외의 다른 모든 기호체계에 공통된 구조를 찾으려는 시도도 나왔다.
또 다른 기호학은 퍼스에 의해 창시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모든 현상들의 의미작용에 관심을 가진다. 이것은 후에 모리스에 의해
행동주의 기호학 이란 이름으로 다듬어져 언어나 기호 뿐 아니라 지
시 , 추론 , 진리 등의 전통적 개념들을 조작적 정의로 사용하
는 의미의 철학 으로 발전된다. 마지막으로, 기호학은 철학과 자연과
학의 중간 위치까지 넘보게 된다. 소위 동물기호학 과 식물기호학
이 그것이다. 다양한 관점 통합 이렇듯 복잡다단한 기호학의 파노라
마는 의미에 관심을 가지는 다른 분야들과 명확한 구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외국의 이론이라면 무분별하게 수입하여 소화불량에 걸리는 우리
네 독서 풍토에서는 여간해서 그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나마 이
난에서 언급된 세 권의 책이라도 나와,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기호학에
입문 할 수 있게 해준 것이 다행이라 할까. 인간서로 권할만 움
베르토 에코의 기호학 이론 은 기호학의 바이블이라 불린다. 위에서
열거한 다양한 기호학의 관점들이 이 책에서 비판적으로 통합되기 때문이
다. 에코는 먼저 기호학의 경계와 분야를 적시하고 코드 이론 과
기호 생산 이론 의 장에서 기호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그
러나 이 책에서 드러나는 에코의 주된 관점은 문화의 기호학적 이해라
할 수 있다. 모든 문화적 실재는 기호로 대치되므로 당연히 기호학은
동물기호학 , 촉각기호 , 맛의 코드 , 병렬언어학 , 의학
기호학 , 텍스트의 구조 등을 포함하는 매우 넓은, 그럼에도 구체
적인 영역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이후 에코의 연구는 철학, 언어학,
사회학, 인류학, 미학 등 인문과학 전반에 걸쳐 진행되어 나가는 중
이다. 일반독자들이 기호학에 입문하려면 호옥스의 구조주의와 기호학
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기호학의 생성 배경이 특히 프랑
스를 중심으로한 구조주의이므로 이 책에서 보이듯 소쉬르 이래 발전된
구조주의 언어학, 인류학, 문학의 구조적 분석 방법 등에 대한 사전
이해는 필수적인 것이다. 특히 제4장 기호의 과학 은 소쉬르, 퍼스
등 기호학의 창시자에서 바르트, 에코를 비롯해 최근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데리다에 이르기까지 간략하나마 충분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국내학자 첫 저작 소두영의 상징의 과학 기호학 은
우선 연대기적 가치를 가진다. 국내에 소개된 자료의 대부분이 지엽적인
내용이거나 가끔은 잘못 선정된 입문서의 번역에 지나지 않던 차에 나
온 이 책은 국내 필자에 의한 최초의 저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소쉬르와 퍼스-모리스의 기호이론의 핵심, 일반기호의 본질과 종류, 다
양한 개별 기호학의 최근 연구동향 등을 폭넓게 소개하고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제Ⅳ부이다. 여기서 다루어진 사회기호학의 윤곽과 특히 한
국사회변동의 기호론적 분석 은 독자들로 하여금 기호학의 대상과 방법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 기호학의 발전이 낳
은 지금 이 순간의 가시적 성과로는 시각기호론 의 마케팅 분야에 대
한 공헌과 포스트모더니즘의 핵심 개념이 된 담론 의 의미작용 분야를
들 수 있다. 위의 책들이 초기 기호학의 입문을 위한 것이라면 그
후의 발전양상과 현재 진행되는 논쟁의 이해를 위한 체계적인 저작은 국
내에 아직 나오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에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포
스트모더니즘 논의를 언어학적 관점에서 지켜볼 때 언어-기호학적 개념의
이해가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러한 단점에서 오는 것일 터이
다. 이제 학계는 물론 일반 독자들도 기호학에 좀 더 진지한 관심을
가질 때이다. 박일우 계명대교수.불어학 *기호학이란 무엇인가/기호에
내포된 구조의 논리-법칙 연구 기호학은 금세기 초반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 프랑스에서는 언어학의 대가 소쉬
르가 그의 명저 일반언어학강의 를 통해, 미국에서는 퍼스가 논문집
이라는 방대한 철학적 저술을 통해 기호학이란 전혀 새롭고도 야심적인
학문의 단초를 내보였다. 이 두사람은 그러나 서로간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 각자 자신의 관할구역 에서 "잘만하면 기호라는 것을 통해
세상만사를 통째로 설명할 수 있겠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었을 뿐,
바다 저편에 자신과 비슷한 견해를 가진 천재 가 있다는 사실은 몰랐
던 것이다. 소쉬르의 생각은 이랬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의 기호의
삶을 연구하는 하나의 학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는 이것을 기호
학(Semiology)이라고 부를까 한다. 이러한 학문은 아직 존재하
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어떠한 것이 되겠는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존재할 권리가 있고 그 위치는 미리 정해
져 있다." 이전까지 언어는 인간의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 소쉬르 덕택에 언어는 도구의 수준에서 주체의 수준으로 격상됐다.
즉 언어를 비롯한 기호는 자신의 독립된 논리와 법칙에 따라 혼자 움직
인다는 것이다. 이어령전문화부장관은 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크게 두종류로 나뉜다. 물질계와 상징계다. 청과상
회의 배추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겠다. 배추를 보고 먹는 야채라고 생
각하는 것은 물질계의 논리다. 그렇지만 배추를 보면서 아 이집이 청
과상이구나 혹은 내 고향에도 지금쯤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면 이는
상징계의 논리다. 기호학이란 후자의 논리와 법칙을 연구하는 것이다."
경제학과 비교하자면, 화폐가 화폐경제학 덕분에 재화를 교환하는
수단으로만 여겨지던데서 탈피, 독립된 논리를 가진 경제의 핵심요소로
격상된 것과 비슷한 셈이다. 그러나 이른바 정통언어학은 기호학을
실증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찾아내려고 하는 언어학의 변종 이라고 아직
도 비판하고 있는 상태. 기호학자들 스스로도 어느정도 이 사실을 인정
하고 있다.그리고 말이란 제 뜻을 제대로 실어 펴기만하면 그뿐 이라는
몰기호학적 보통사람들 도 기호학자들의 눈물겨운 노고를 잘모른다. 현
세계최고의 기호학자라는 움베르토 에코만 하더라도, 장미의 이름 이
라는 소설의 작가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지, 대단한 기호학자로 아는 사
람은 많은 것 같지 않다. 최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