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던 악몽 생각나 한때 거부/"난생 첫보람 가슴 뿌듯" 경찰관과
소매치기 출신의 사랑잇기. 전과 11범 소매치기의 한쪽 콩팥이 만성
신부전증으로 11년째 투병 중인 한 경찰관에게 이식된다. 한양대병원
21층 26호실과 20호실에 각각 입원해 있는 이무진씨(44.목수.경
기도 강화군 하점면)와 이종원경장(52.서울 마포경찰서 경무계)이 그
주인공. 두사람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이식수술을 앞두고 필요한 검
사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11월 이무진씨가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본부장.박진탁목사)를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90
년 9월 공주교도소 출감을 끝으로 범죄세계와 인연을 끊은 이씨는 뭔
가 사회에 보람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는 강박감에 사로잡혔다.
"부디 과거의 잘못을 씻고 새삶을 찾아라"는 어머니(91년 사망)의
유언이 계속 귓전을 맴돌았기 때문. 가진 것 없는 나로선 성한 몸
뚱이밖에 없다 는 생각에서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결심의 이면에는 2
0년전 신부전증으로 사망한 동거녀에 대한 안타까움도 작용했다. 이씨
와 이 경장이 처음 대면한 것은 지난 2월말, 한양대병원 강종명교수(
내과)가 장기운동본부측의 주선으로 항체교차반응 검사를 마친 두 사람을
불러 "형제보다 조직적합성이 더 좋다"는 얘기를 한 것. 그러나 이
씨는 처음 상대방이 경찰관이라는 얘기를 듣고 내심 달갑지 않게 생각했
다. 경찰에 쫓기던 악몽과 자신의 전과 11건 중 네건이 경찰의
건수 올리기 조작에 의한 것이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경찰이 11년째 매주 세번 병원을 찾아 혈액투석을 받는 고통스러운 삶
을 살고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을 고쳐먹게 됐다. 이씨는 "난생 처음
나도 남에게 은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니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용솟음
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13세에 소매치기조직에 납치된 이후 20여년
간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70년대 중반 시내버스 안에서 한 여성을 지
갑을 날치기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10여년전 헤어진 자기 어머니였다는
기막힌 상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65년 경찰에 입문한 이 경장은
82년 6월 연일 계속된 대학가 데모 진압에 동원됐다가 과로로 쓰러
진 시국병 의 피해자. 그러나 월 70만원의 치료비를 대지 못해 대
학생인 아들이 학업까지 중도에 포기한 가난한 경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