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도 모두 명문대 졸업/"뒷바라지 끝 이제부턴 내인생" 재
일교포 김경희씨(여.서울 용산구 이촌동)는 올해 54세 나이로 연세대
국문과에 입학한 신입생 이다. 자식 또래의 학생들과 어울려 강의실
과 캠퍼스를 오가는 김씨의 표정은 나이를 잊은듯 하다. "어제까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부터는 제 인생을 살 작정입니다."
김씨는 으레 집안에 들어앉아 편히 지내려는 또래의 한국 아주머니들과
는 달리 공부 를 제2의 인생의 목표로 삼은 것이다. 김씨는 인생의
3분의 2가 넘는 39년간을 일본에서 보냈다. 1939년 오사카에서
유복한 재일교포 사업자의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난 김씨는 대학을 졸
업한 65년 지금의 남편인 재일교포 임재학씨(63)와 결혼했다. 일
본 유수의 가네마치고쇼 상사에서 일하던 남편 임씨와의 사이에 태어난
세 아들 철산(27),철홍(25),철민(24) 모두를 한국국적으로 학
교를 보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조센징 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자
라는 것을 본 김씨는 지난 78년 남편을 설득, 생소한 고국인 한국
으로 일가족을 데리고 왔다. 남편이 한국지사 근무를 자원케 했던 것이
다. 비록 일본 태생이지만 조국에 대한 강한 의식을 갖고 있던 김씨
는 세 아들에게 열심히 한국어와 생활습관을 가르쳤고 이에 부응하듯 아
들들은 명문인 서울대,과학기술대,연세대에 입학했다.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하랴,파트타임으로 일본어강사일을 하랴,바쁘게 살아온 김씨는
어느덧 자식들이 모두 졸업하고 남편까지 은퇴해 한가로운 시간을 갖게
되자 드디어 만학 를 결심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일주일에 21시
간 강의를 듣는다"면서 총총히 강의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