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땅에서 부정부패를 깨끗이 없앤 장개석총통에겐 유명한 일화 하나가
전해 내려온다. 그는 자신의 며느리가 밀수와 사치를 일삼자 보석상자
하나를 주고 집에 가서 풀어보라고 했다한다. 보석상자에는 보석대신
권총을 넣어서 .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뜻을 짐작하고 결국 자살했다는
얘기다. 요즘 김영삼대통령은 이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그리
고는 자신의 친인척부터 모범을 보여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한다. 김 대통령은 취임전 측근들에게 "정말로 대통령 한번
잘 할거다"고 거듭 다짐했다고도 한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도
취임후 곧바로 한꺼번에 표출되고 있다. 정치자금을 한푼도 받지않겠다,
안가를 없애겠다,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 등 가히 혁명적인 일들이 취
임후 불과 열흘내에 터져나오고 있다. 선거라는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한 정부치고 세계 역사상 어느 정부가 이처럼 빠른 개혁을 추진한
적이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불행히도,김 대통령의 과감한 개혁
은 인사파동의 벽에 부딪혀 출발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언론의 추적
보다도 김상철 서울시장이 테이프를 끊은 것을 시발로 다섯 손가락으론
꼽기 힘들만큼 많은 장관들이 도덕성시비에 휘말려 휘청거리고 있다. 앞
으로 또 어떤 장관이 도덕성 심판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될지 모를 상황
이다. 이같은 혼란스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김 대통령의 개혁방향
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한국에서 살아본 여러 외국인
들이 한국의 기이한 풍속으로 돈 받아먹는 것 을 들어온 지가 벌써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부패는 우리의 목젖부근까지 차올라 우리사회의 숨
쉬기 자체를 압박하는 지경이다. 이 풍토를 고치겠다는 데 이의가 있을
수가 없다.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
는다. 내가 모범을 보이면 반드시 나아질 것 이라는 대통령의 낙관,
그 낙관에는 단순함이 갖는 강력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기
대,이런 성원의 결과를 기다려볼 틈도 없이 정부는 개혁의 본업이 아니
라 인사의 뒤탈 치다꺼리에 매달려있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중에선
"기득권세력의 조직적인 저항"이라거나 "언론이 밀월기간도 주지않고 지
나치게 파헤친다"는 등 불만의 소리만을 높이고 있다. 기분이 나쁜 것
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같은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김
영삼정부에서도 부정부패 척결을 기대하기란 이미 틀렸다"는 성급한 반발
도 낳고 있는 실정이다. 어제(6일) 외신은 사가와규빈 스캔들로 이미
지난해 의원직을 사퇴한 가네마루 전 자민당 부총재가 탈세혐의로 전격
체포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과거엔 돈이 없으면 되는 일이 없던 싱가
포르에서 부정부패가 말끔히 사라진데에는 공직자가 사표를 낸뒤에도 끝까
지 추적해 부정축재 재산을 몰수하도록 돼있는 부정축재 몰수법 이 살
아 숨쉬기 때문이다. 며느리를 자살케한 장 총통과 싱가포르의 몰수
법 엔 인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인지상정에 매달려 적당히 수습하
려해서는 겉으로 멀쩡하고 속으로 곪는 악습이 되풀이될 뿐이다. 장
총통의 의지를 따르겠다는 김 대통령의 향후 결단을 지켜볼 뿐이다.<
강효상.정치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