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능한 여 변호사 조 베어드에겐 늘 아이 양육이 걱정거리였다
. 아이를 돌볼 미국인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녀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했다. 나중에 이 고용인을 합법화하기위해 노력도 했다. 이에따른
벌과금도 자진납부했다. 소박했다할 이 자식 사랑 이 나중에 장관지
명을 받고서도 사퇴하지 않을 수 없는 빌미가 될 줄은 짐작조차 못했다
. 부모의 자식사랑에 동-서양이 따로 있을 리 없다. 지난 91년
당시 박희태 민자당의원도 딸아이를 대학에 보내야만 했다. 대학졸업장이
인생마저 바꾸는 풍토에서 어느 아버지가 울면서 매달리는 딸아이를 쉽
게 외면할 수 있었을까. 그는 결국 딸의 한국국적을 포기시켰다. 그
리고 미국인 자격으로 대학에 입학시킴으로써 법을 이용 하고 말았다.
그로서도 자신의 자식사랑이 오늘 날 이와같은 곤욕의 빌미가 될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자식 사랑은 같았다. 그런데 그
결과는 달랐다. 물론 베어드는 불법 이었고 박 의원은 합법 이었
다. 이것이 한 사람은 죽고 한 사람은 사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미 상원에서 있은
베어드 법무장관 지명자의 인사청문회는 단순한 불법여부 시비만은 아니었
다. 야당 상원의원은 베어드에게 이렇게 물었다. "맞벌이 엄마인 당
신의 아이 걱정,불법체류자를 고용할 수 밖에 없었던 사정,그 불법을
합법화시키기위해 했던 노력 모두를 이해합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엔 다
른 수 많은 맞벌이 부부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있다는 사실을 알고있습니
까? 그들이 당신처럼 손쉽게 불법체류자를 고용한다면 이민업무를 담당하
는 법무장관으로서 당신은 그들을 처벌할 것입니까? 그들을 처벌하는 당
신은 갈등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당신은 그때 떳떳한 심정일 수 있겠습
니까? 당신은 이민업무를 담당하는 책임자의 위치를 포기할 생각이 없습
니까?"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바로 그 분야의 업무를 맡은 장관으로
서의 도덕성,권위,정당성 같은 가치들이 더 문제가 되고있다. 단순한
합법 불법 시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인사청문회 제도가 있었다면 박 장관에게 이런 질문이 던져지지 않았을까
. "우리 사회 풍토에서 딸을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당신의 절박했던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다른 부모들도 같은 심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들도 국적을 이용해 대학입학을 시도한다면 국적업무를 담당
하는 장관으로서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하겠습니까? 자식의 한국국적을
포기케했던 당신은 국무위원으로서 나라 와 국익 을 얘기할 수 있겠
습니까? 사회기강 확립을 외치는 당신에게 권위가 따르겠습니까?" 베
어드 법무장관 지명자는 결국 자진사퇴 로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답
했다. 박 장관의 대답은 김영삼대통령이 재신임 이라고 대신했다.
베어드의 포기를 알리는 미 시사지 타임 은 이렇게 썼다. 대통령은
정부의 도덕성을 크게 높이겠다고 굳게 약속했었다. 그 약속을 이행해
야만 한다는 것이 여론이다. 이 기사는 우리 신문이 그대로 옮겨써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