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장이냐." 투자자들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만도 했다.
15일 증시는 증권전산망 매매체결 시스템이 이상을 일으켜 전장 매
매개시도 못하고 중단됐다. 현재가,매수-매도호가 변동에 따라 연두색,
주황색 숫자가 수시로 바뀌던 시세판은 정전이라도 된 듯 깜깜했다. 올
들어 벌써 여섯번째 고장. 특히 이날 거래자체가 2시간이상 중단돼 뒤
늦게 매매시간을 연장했지만 거래량은 1천9백42만주로 올 최저를 기록
했다. 오전장만 개설되는 토요일에도 평균 2천만주가 거래되는 것에 비
하면 최악의 거래실적이다. 각 증권사는 "언제 매매가 속개되느냐"는
투자자들의 전화를 받느라 곤욕을 치렀다. 증권가에서는 대형증권사인 D
증권은 2억8천만원,소형사인 H증권도 7천만원가량의 수수료 차질을 빚
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일반 투자자들.
불꺼진 시세판을 바라보던 투자자들은 "툭하면 전산망 고장이니 투자심
리가 살아나겠느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나 정작 전산망 담당기관
인 증권거래소와 한국증권전산(주)은 "전산망도 기계인 이상 고장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불가항력 으로 치부했다. 증권전산 간부들은
"동경증시,뉴욕증시에서도 전산장애는 일어난다"며 "외국에서는 예비시스
템을 여러개 설치해 하나가 고장나면 다른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해 전산
장애가 노출되지 않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해결책은 더 많은
예산을 투입,전산시스템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
권전산망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간부가 제시한 해결책치고는 너무
속편한 발상이었다. 기계의 고장은 관리하는 사람의 잘못에서 비
롯된다 는 사실마저 잊은 듯했다. 증권전산의 관리허점은 이미 여러차
례 지적됐었다. 고장 때마다 "원인 규명중"이라고 밝혔지만 뚜렷하게
원인을 찾아낸 적은 거의 없었다. 전산망 납품업체인 미 유니시스사에
해마다 24억원가량을 보수유지비로 지불하면서도 24시간이상 장애가
발생하지 않으면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 는 계약내용에 따라 변변히
항의 한번 못해온 터였다. 사전점검을 소홀히 한 흔적도 곳곳에서 발
견됐었다. 이번에도 디스켓이 고장날 경우 대비한 예비디스켓이 전혀 작
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전산측은 그 모든 책임을 예산부족
에 넘겨 버린 것이다. 요즘 증시는 고객예탁금이 줄어드는 등 침체
국면을 보이고 있다. 증시부양을 위해 8.24조치 시행 6개월을
맞아 보완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러나
걸핏하면 전산장애가 일어나 찬물 을 끼얹는다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
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