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털리고 폭행 한때 식물인간/미움 씻고 신앙으로 새인생 인도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에서 조그맣게 자영업을 하고 있는 박상철씨(33
.셰례명 요셉)의 숨은 이야기 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을
한때 식물인간으로 만들었고 끝내는 언어장애 라는 멍에까지 지게 만
들었던 강도범. 자신의 재산과 꿈 모두를 하루아침에 무녀져 내리게 했
던 그 흉악범을 어둠의 늪 에서 끌어올려 마침내는 그의 대부가 되고
도 일절 함구해왔기 때문이다. 89년 8월 18일 서울 서초구 반포
동에서 금은방을 경영하고 있던 박씨의 인생행로가 뒤바뀐 날이었다.
3명의 강도가 금은방에 침입,3억여원 어치의 금은보석을 챙겨 달아난
것이다. 범인들은 자신들을 뒤쫓아나와 승용차를 가로막는 박씨를 보닛에
매단채 질주했다. 박씨는 50여m를 끌려가다 급제동을 건 차에서 튕
겨나가면서 길가 보도블록에 머리를 부딪쳐 뇌를 크게 다쳤다. 식물인간
상태로 한달가까이 사경을 헤맸다.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은 뒤에도
7개월여동안 병원신세를 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반신불수 상태에서 언어
장애와 싸워야 했다. 범인들은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90년 6월7일
또다른 금은방을 털다 검거됐다. 주범은 손명호씨(가명.당시 27세)
였다. "TV를 통해 범인이 잡힌 걸 알았습니다. 처음엔 분노를 감
당할 수 없더군요." 사고전 일본유학을 준비중이던 박씨에게 손씨는
모든 것 을 빼앗아간 장본인이었다. 아버지의 퇴직금을 바탕으로 마련
했던 금은방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 가장의 병치레로 기울대로 기운 집
안경제,죽은듯 누은 박씨의 발밑에서 연신 눈물만 찍어내던 어머니와 아
내의 모습 . 박씨가 사건의 피해자로 경찰에 출두해 범인 손씨와 마주
했을때 그의 얼굴에 겹쳐져 떠오른 것은 이런 악몽같은 기억의 자락들이
었다. 그러나 박씨는 손씨가 자신의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살인미수
죄가 추가돼 사형이 구형되면서 더 큰 심적 고통에 휩싸였다. 3대째
천주교를 믿는 집안에서 자라난 신앙의 힘이었을까. "가난으로 16살때
집을 나와 범죄의 늪에 빠진 손씨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끝에 미움과 분노를 털어내기로 마음먹은 박씨는 그해 11월 성동
구치소에 있던 손씨를 처음 면회했다. 박씨는 곧바로 손씨를 감형해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관계 요로에 냈다. 법정은 손씨에게 무기형을
선고했다. 그후로도 박씨는 틈틈이 교도소를 찾았다. 죄책감에 고개를
못들던 손씨는 얼마뒤 "박 선생님에게 평생 갚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어 속죄하는 마음으로 신앙속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는
편지를 띄웠다. 그렇게 주고받은 편지는 지금껏 모두 70여통. 지
난해 9월 박씨는 손씨가 천주교 영세를 받을 때 대전교도소까지 내려가
대부를 자청했다. 바오로 라는 손씨의 세례명도 그가 지었다. 손씨
는 지난해 부터 목공기술을 배우는 등 모범적인 복역생활을 하고있다고
교도소측은 말했다. 당초 박씨의 숨은 이야기 를 교도소 측으로부터
전해듣고 광명의 박씨 집으로 찾아갔을때 "아무 것도 한일이 없다"며
극구 취재를 고사했던 그는 "손씨가 충심으로 회개하고 있다고 잘 써달
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